김대환 서귀포 상공회 회장

   
 
     
 
제주는 보물섬이다. 매일아침 습관처럼 올려다보게 되는 한라산과 성산일출봉, 만장굴과 같은 관광명소의 그 이름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섬 곳곳엔 절경과 비경이 산재해 있다. 이는 척박한 화산섬을 국제자유도시 제주로 이끌어가는 제주인의 강인함과 함께 향후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희망요소라 생각한다. 그 희망 군(群)에 하나를 더 추가하려 한다. 다름 아닌 가파도이다.

필자가 가파섬과 인연을 맺은 것은 수년전 재능나눔의 일환으로 가파도를 방문하면서이다. 최남단의 명성으로 관광객이 많이 들어오는 마라도와 달리 우도팔경이라 인파가 넘치는 우도와 달리 찾아주는 이도 없고 아이들 교육으로 토착 주민도 하나 둘 떠나던 외로운 섬이었다.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들어갔을 때 '사람이 그리운 섬 가파도를 찾아줘서 고맙다'는 가파리 이장의 인사말에 솔직히 울컥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 후로 본의아니게 늘 가파도를 생각하게 되었고 가파도를 사랑할 사람들을 찾아 가사모(가파도를 사랑하는 모임)까지 만들게 됐다.

가파도의 가치는 녹색섬이다. 그동안 주민들은 찾는 이 없어 불행하다고 여겼는지 모르지만 실은 많은 사람들이 섬을 찾지 않은 것은 다행스런 일이었다. 개발과 인파로 몸살을 앓는 여러 섬들과 다르게 가파도는 섬의 원형과 제주의 옛 문화가 그대로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제법 유명해진 5월의 청보리와 더불어 해안의 돌담군이나 야생식물, 고인돌과 할망당, 몰방애 등은 이야기가 있는 가파도의 중요한 요소들이다. 유인도지만 거주하는 주민의 수가 적어 탄소배출량도 많지 않다. 볼품없다던 예전의 것들은 새로운 가치가 되어 가파도를 명품섬의 반열에 올려놓았고 주민들은 이를 재인식하고 가파도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녹색섬 만들기에 최선의 다하게 됐다.

제주 최고의 브랜드 가치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청정 이미지다. 그러나 세계자연유산 등재나 세계지질공원 인증, 생물권보존지역 지정 등의 쾌거만으로 제주의 미래를 낙관할 수는 없다고 본다. 제주가 가진 진정한 가치를 이끌어 내려면 지구온난화와 녹색성장의 화두 중심에 있는 'Carbon Free Island ' 제주가 탄생되어야만 한다.

지금 가파도엔 전신주가 사라지고 있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본섬의 정경을 조망할 수 있도록 지중화사업이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가파도에는 유조선이 드나들며 전기를 생산했던 디젤발전을 접고 강렬한 햇빛과 바람을 이용한 녹색에너지를 자체적으로 생산해 활용해야 할 것이다.

섬에서의 자동차 증가도 자제하고 전기자동차로 대체도 하여야 한다. 사람이 살고 있는 유인도지만 가파도의 자연조건을 최대한 활용해 탄소배출이 없는 녹색섬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대문과 거지와 도둑이 없는 제주의 삼무(三無)처럼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소가 없는 섬, 배기가스 배출하는 자동차가 없는 섬, 그리고 농약이 없는 섬의 가파도가 제주의 미래일 것이다.

필자는 지난해 가파도에 방문했던 덴마크 본홀름 섬의 비즈니스센터장 그로닝 여사가 남긴 말 한마디에 솔직히 많은 고민을 했었다.

"이 좋은 바람을 그냥 두고서 왜 기름을 때서 발전을 하지요?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