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애니메이션 최다 관객수 기록, 손익분기점 돌파 눈앞

올 여름 화제의 한국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이 지난 7월 27일 개봉한 이래 15일 만에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난 2007년 디지털 복원판인 '로보트 태권브이'(72만명)가 보유하고 있던 최다관객수를 훌쩍 넘긴 것이다. 오늘 노컷피플에서는 '2011년 한국 애니메이션의 아름다운 도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두 주역, 제작자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와 오돌또기의 오성윤 감독을 만나봤다.<편집자 주> 

100만 부 이상이 팔린 황선미 작가의 동명동화가 원작인 '마당을 나온 암탉'이 흥행과 비평 두 마리 토끼를 다잡았다. 오랜 침체 끝에 나온 웰메이드 애니메이션에 관객의 호평이 쏟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이 작품을 계기로 애니메이션 산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질 분위기다.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17일 "'마당을 나온 암탉'의 100만 관객 달성을 계기로 한국 애니메이션의 제작 및 해외 진출의 활성화가 이루어지길 바란다"며 "정부에서는 예산 수립과 정책 제도 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흥행도 순항 중이다. 블록버스터가 각축전을 벌이는 여름 시장임에도 1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예매율 4위, 누적 관객수 146만5485명을 기록해 손익분기점인 150만 관객 달성을 눈앞에 뒀다.  

◈ '마당을 나온 암탉'이 한국 애니메이션 최다 관객수를 기록했다.

심재명 대표(이하 심대표) 최고 기록을 세우겠다기보다 손익분기점 넘기는 걸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오성윤 감독(이하 오감독) 전 그 이상이 목표였다. 첫 작품이라서 욕심이 컸다. 첫술에 배부르냐고 하지만 첫술에 배부르고 싶었다. 이 작품이 잘돼 좀 더 안정적으로 작품을 할 수 있는 제작환경이 조성되길 바랐다.

◈ 제작사 오돌또기로선 15여년 만에 창립 작품이 나온 셈이다. 오랜 세월을 보상받고 싶었겠다.

오감독 보상받고 싶었다! 또 동료들에게 미안하고 책임감도 좀 많이 느꼈다. 오돌또기 핵심멤버가 저를 포함해 '마당을 나온 암탉'의 애니메이션 감독, 미술 감독, 촬영 감독까지 총 4명이다. 4명이 한 배를 탄 이래 지금까지 계속 함께 해왔다.

◈ 성공의 원인을 어떻게 분석하나?

심대표 할리우드나 일본 애니메이션이 다루지 못한 주제와 이야기를 한 게 차별화에 성공한 것 같다. 원작이 가진 힘이기도 하다. 더불어 미국의 픽사 애니메이션처럼 어른, 아이 모두 공감하고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을 지향했다. 그랬기 때문에 100만 명 넘는 관객 수까지 이르지 않았나 싶다.

오감독 그림의 힘으로 관객을 움직이고 싶었다. 원작을 보고 이 작품은 정서적으로 호소해야 할 작품이라 판단했고 3D보다 2D가 더 어울린다고 봤다. 2D는 어떻게 보면 한물간 방식인데 요즘 3D가 대세라 오히려 특별해졌다.

◈ 작품 외적으론 충무로 대표 영화사의 기획력과 창작 애니메이션 인력의 창작력이 시너지를 발휘했다. 오감독이 2005년 명필름과 손잡은 건 '기막힌 우연이자 운명'이라고 표현했다.

오감독 기획 초기부터 영화사와 손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애니메이션 업계가 투자나 배급 등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하니까. O순위가 명필름이었는데 마침 저와 마찬가지로 원작에 매료된 심재명 대표가 '짠' 나타났다. 표정 관리하느라 힘들었다. 좋아하는 거 너무 티 나면 안 되니까.(웃음)

◈ 한국 애니메이션이 그간 하도 망해서 투자가 원활하진 않았다.

오감독 사실 기대보다 투자가 잘 안돼서 좀 놀랐다. 100만부나 팔린 베스트셀러에 충무로 대표 제작사 명필름이 불으면 잘 될 줄 알았거든. '이 정도로 한국애니메이션이 바닥이었구나' 싶더라.

◈ 투자자를 어떻게 설득했나?

심대표 일단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과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공적 지원비 14억 원이 큰 힘이 됐다. 투자 유치는 실사영화처럼 시나리오 단계에서 하긴 힘들다고 봤다. 그래서 영상을 만들어 시나리오와 함께 보여줬는데 일차적으론 2009년에 한 번씩 다 거절당했다. 시나리오, 캐릭터, 그림 다 좋은데 한국 애니메이션이 한 번도 성공 못한데 비해 상대적으로 예산이 벅차다는 반응이었다. 순제작비 30억에 마케팅배급 비용까지 50억 원이 예상됐으니까. 그래서 1년 지난 후에 완성물을 들고 다시 접촉했다.

오감독 심대표가 고군분투하는 동안 난 알면서도 모른척했다. 대신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매진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가 공동제공사로 확정된 게 올 초인 걸로 안다.

심대표 70~80% 완성된 버전을 보여줬더니 믿음이 더 생긴 것 같았다. 한편으론 우리의 노력을 높이 샀다. '대단하다, 여기까지 왔네' 그런 느낌. 

 

'마당을 나온 암탉'은 1963년생 동갑내기 심재명 대표와 오성윤 감독에게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심대표로선 첫 애니메이션 도전이었고 명필름의 30번째 영화다. 또 함께 미국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러 다니던 딸에게 주는 엄마의 선물이기도 하다.

1989년 애니메이션업계에 입문, 1994년에 창작 애니메이션 만들겠다고 독립한 오감독은 20여년 만에 자신의 이름을 단 첫 장편을 대중 앞에 내놓았다. 그동안 가장으로써 든든한 버팀목이 못돼준 건 물론이고 어린 두 딸은 어느 새 자라 대학교 3학년, 중학교 3학년이 됐다.  

◈ 애니메이션 업계에 입문한지 20여년만에 첫 장편을 선보였다.

오감독 마침내 제 정체성을 확인했다. 동갑인 심대표가 영화 30편 만들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거듭 확인할 동안 전 이제야 첫 장편을 내놓게 됐다. 예상보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다. 겨우 꿈을 향해 첫 걸음을 뗐다. 마당을 나온 수탉이랄까.

◈ 왜 이렇게 오래 걸렸나?

오감독 애니메이션 제작사 서울무비에서 근무하다 5년 만에 독립해 제작사를 차렸는데 기획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애니메이션 '오돌또기'가 좌초된 뒤 먹고 살아야 하니까 교육용 애니메이션부터 정치광고까지 다양한 작업을 했다. 틈틈이 장편 애니메이션을 기획했는데 돌이켜보면 성인 대상 작품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우리 애들 커 가는데 애들한테 보여줄 만한 애니메이션을 하잔 생각이 들었고 2004년 원작동화를 접하고 '마당을 나온 암탉'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게 됐다.

◈ 중간에 지쳤을 법도 하다. 어떻게 버텼나?

오감독 그나마 쌓아온 재주가 이거니까. 그리고 대중예술가로서의 목표가 명확했으니까 포기할 수가 없었다. 정작 영화를 만들고 나니까 동시에 혼란도 생긴다. 그동안 영화를 만들기 위해 달려왔는데 문득 '진짜 내가 뭐 하고 싶었더라' 하는 생각이 새록새록 난다.(웃음)

◈ 마침내 아빠 체면 세운건가? 두 딸의 반응은 어떤가?

오감독 그간 아빠가 애니메이션 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작품을 한편도 못 봤다. 마치 아빠가 기자인데 아빠가 쓴 기사를 한 번도 못 본 것과 같다. 일단 너무 좋아한다. 영화에 대한 판단은 두 번째고. 친구들한테 자랑하고 신기해한다.

◈ 심대표도 애니메이션 기획당시 초등학생 딸이 중학생이 됐다. 딸이 엄마가 직접 제작한 애니메이션을 본 소감이 남다르겠다.

심대표 초등학교 4학년 때 '마당을 나온 암탉' 캐릭터 디자인한 거 보고 했는데 개봉한 지금은 중학교 3학년이다. 영화에 대해 뿌듯해하면서 재밌어한다. 칭찬해주더라.(웃음)

◈ '마당을 나온 암탉'은 명필름에게도 의미가 큰 작품일 것 같다.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로 당시 한국영화 흥행역사를 새로 썼는데, 첫 도전한 애니메이션으로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다.

심대표 일단 손익분기점을 떠나서 기록의 의미는 있는 것 같다. 명필름의 지향점과도 부합되는 작품이다. 명필름은 언제나 새로운 도전을 하려고 노력하고 또 남들이 잘 안하는 시도를 하려고 한다. 좋은 평가까지 따라준다는 점에서 '공동경비구역 JSA'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비교할만하다. '우생순'은 여성스포츠 영화가 처음이었다. '우생순'의 성공이후 많은 스포츠 영화가 나왔다.

◈ '마당을 나온 암탉'이 호평 속에 선전하고 있는데 오전이나 낮 시간대만 상영돼 아쉽겠다.

심대표 아직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이 보는 것이란 편견이 강하다.

오감독 아쉽다. 어른 아이 모두 즐길 수 있는 작품인데 큰 영화에 밀려 상영 회차가 제한적이다. 블록버스터의 블록이 블록(block)으로 느껴진다고 할까.(웃음) 그래도 참 대견하다. 올 여름 할리우드 애니메이션도 많았고 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매주 개봉하는데 그 틈바구니 속에서도 꿋꿋이 버티고 있다. 매년 한국애니메이션이 한 작품씩이라도 나와 이렇게 된다면 정말 꿈만 같을 것 같다.

◈ 곧 중국개봉을 앞뒀다. 계약은 이미 2009년도에 이뤄졌다.

심대표 9월말이다. 애니메이션은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콘텐츠라 생각했고 그간 칸 마켓 등에서 세일을 시도했다. 일본이나 할리우드는 아직 한국 애니메이션을 낯설어했다. 중국 배급사는 시나리오 좋게 봐서 2년 전에 배급체결이 끝났다. 수익이 날 경우 5대5로 나눈다.

◈ 다음 작품을 얘기하는 건 너무 이른가?

오감독 다음 작품도 자연 환경 생태 생명을 소재로 우리 사회 이야기를 계속 하고 싶다. 또 동물이 주인공인데 이번엔 조류 말고 포유류로 하고 싶다. 조류는 머리가 작아서 캐릭터 디자인하기 정말 힘들었다.(웃음)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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