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호 제주폴리텍대학 학장

   
 
     
 
'복지와 신사의 나라' 영국이 지금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동으로 나라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청년실업률이 19.6%로 치솟으며 청년 5명 중 1명이 실업상태에 있게 되자 미래에 대한 비전을 상실한 젊은이들이 이번 폭동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U 국가 중 비교적 건실한 독일도 청년실업률이 9.1%가 되는데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이 7.6%인 것에 다소 안도할 수 있을지 모르나 전체 실업률이 최근 3.4%까지 떨어진 것을 감안 할 때 이의 두 배에 해당하는 동 수치를 결코 낮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실업은 대부분 EU에서처럼 경기위축과 일자리 감축에서 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필자가 다녀 본 상당수 제조업체는 뜻밖에도 인력이 없어 생산 활동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개인은 구직난, 기업은 구인난인 기현상이 시작된 것이 어제 오늘이 아니며 제주지역 또한 이로부터 예외는 아니다.

한편으로는 고교졸업생의 80%가 대학에 진학하고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해야 할 목적으로 설립된 전문계고 조차도 대학진학률이 70%를 넘을 정도로 대다수 국민이 대학 진학에 올인 하고 있으나 대졸자의 취업률은 50%대를 밑돌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낮은 취업률에도 불구하고 식지 않는 대학진학 욕구가 학력격차에 따른 임금의 차등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작금의 실업문제는 청년계층에 만연해 있는 편의주의, 노동의 천시사상 등과 맞물려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대학진학 과열의 주된 배경도 이 때문이고 직업선택의 장에서도 이러한 사고가 작용해 목공·용접·배관 등 소위 3D분야의 인건비가 대졸 평균임금을 상회해도 이들에게는 관심 밖이며 무더운 날씨에 땀 흘려 일하기보다는 시원하고 깨끗한 실내에서 서빙하는 웨이터가 이들에게는 더 매력적인 직업이 되고 있다.

언제부터 우리는 3D에 대해 냉소적이었는가. 영국이 GDP를 170년 만에 9배 늘렸고, 일본이 57년 만에 14배 늘렸는데 한국은 48년 만에 32배를 늘림으로써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 냈다. 이 모든 것은 결코 몇몇 국가의 지원 또는 몇몇 위정자들의 공헌에서 온 것이 아니다. 오히려 현 청년세대의 부모들이 흘린 피와 땀으로부터 성취된 것임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이제 땀을 존중하는 풍토를 재조성해 나가야 한다. 필요하다면 제2의 새마을 운동이라도 전개해야 한다. 극기와 인내하는 심성을 기르며 모든 직업이 소중하고 가치가 있는 것임을 어릴 때부터 배우고 익혀나가는 전 국민적 의식계몽운동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 모두가 염원하는 선진화 또한 이러한 의식의 전환 없이는 달성될 수 없는 것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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