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가리 방사탑, 시멘트 칠 덫 발라 자연미 잃어 오히려 훼손
용담 서해안로 방사탑, 원래의 의미·목적 맞지 않게 재현돼

제주의 고유한 문화유산은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훼손됐을 경우 원형에 맞게 제대로 복원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예산 부족 등의 이유와 정확한 고증 없이 복원이 이뤄지면서 문화재 원래의 모습을 잃고 고유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

제주문화유산답사회장 고영철씨와 함게 제주의 방사탑과 도대불을 살펴봤다.


△방사탑에 시멘트 칠…자연미 잃어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에 위치한 방사탑은 복원과정에서 오히려 훼손이 된 예다.

방사탑 크기가 원래보다 축소됐을 뿐만 아니라 탑 상단부와 측면 곳곳에 시멘트가 덫 발라지면서 자연미를 잃었다.

마을주민에 의하면 약 360년 전쯤 세워진 것으로 전해지는 하가리 방사탑은 처음 세워졌을 때는 지금의 것보다 컸고 탑 상단부에 새모양의 돌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1970년과 1984~5년에 길을 확·포장하면서 방사탑을 약 1~2m씩 길 아래쪽으로 옮겨 쌓았는데 그때마다 조금씩 크기가 작아졌고 세월이 지나면서 탑도 반 정도 허물어졌다.

과거 마을주민들이 탑을 재정비하며 다시 쌓았는데 돌이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시멘트로 발라놓았고 새모양의 돌도 올려놓았지만 이어 지난 2001년 다시 복원하면서 탑의 상단부까지 시멘트를 발랐다.

하가리 방사탑은 현재까지 시멘트가 덫 발라진 채 도로 귀퉁이에 남아있다.

△방사탑인지 도대불인지

제주시 용담 서해안로 방사탑은 잘못된 재현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용담2동은 지난 2009년 9월부터 희망프로젝트사업으로 방사탑 5기를 새롭게 만들어 용담동 관내에 설치했다.

새로 설치한 5기의 방사탑 중 해안도로변에 위치한 2기의 방사탑은 크기가 각각 590㎝, 540㎝에 이르는 대형방사탑이다.

하지만 해안도로변에 조명을 설치한다는 명목으로 방사탑 상단부에 도대불처럼 불꽃 모양의 등을 설치했고 지금은 작동조차도 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

예로부터 방사탑의 상단부에는 주로 새 모양이나 사람 모양의 형상을 마을의 허(虛)한 곳을 바라보도록 만들어 놓는다고 한다. 이는 새가 사악한 기운이 오면 날카로운 부리로 쪼아 액운을 쫓아버리기 위한 것이다.

제주문화유산답사회장 고영철씨는 "방사탑을 재현할 때는 최대한 원래의 의미와 목적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이와 같은 식으로 복원·재현된다면 문화재 본연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변지철 기자 jichul2@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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