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사단법인 탐라문화보존회 회장

하회마을은 작년 7월31일자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브라질에서 열린 제34차 세계문화유산위원회는 '하회마을을 경주의 양동민속마을과 함께 14~15세기 조성된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 마을로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려는 조선시대 유교적 전통 사상을 잘 반영한 경관 속에 전통 건축 양식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으며, 유교적 삶의 양식과 전통문화를 현재까지 꾸준히 계승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샀다 한다. 

하회마을은 뛰어난 자연환경에 건물과 동네 등 옛 모습이 거의 그대로 남아있고, 국보급 문화재도 많아 살아있는 민속박물관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또 하나의 강점은 민속마을이 현대에 인위적으로 만들어놓은 민속촌이 아니라 예로부터 150여 호에 주민 200여 명이 살고 있는 자연부락으로 그곳 주민들의 일거리 창출과 소득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주민들은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된 건물과 가옥에 살면서 30여 곳의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다. 사람이 사는 집과 살지 않은 집의 보존 상태와 수명을 보면 사람 사는 집이 월등하다. 오래된 집을 보살피는 일이나 화초나 호박 같은 채소를 재배해 농촌마을의 옛 정취를 살려내는 일도 실재로 살면서 해야 자연스럽다.

언젠가 성읍민속마을의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된 초가를 돌아보며, 사람이 살지 않아 썰렁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불편하더라도 관광객들에게 공개하지 않는 시간에 사람이 거주하여 집에 온기를 불어넣으면 어떨까?

하회마을은 중요무형문화재 제69호인 하회별신굿탈놀이가 전해지는 곳이라 그 공연을 수요일과 주말에 1시간 동안 실시해 많은 관광객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또 하회탈과 병산탈은 국보 제121호로 지정되어 있어 기능공을 양성하고 크고 작은 탈을 만들어 관광기념품으로 자리매김 시켰다.

문득 칠머리당굿이 생각났다. 2009년 9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포함된 이 굿을 썩히고 있다는 기분이 드는 것은 나 혼자만이 생각일까? 1시간 정도의 공연물로 구성하여 1주일에 한 번 정도 야간에 공연해도 좋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우리 성읍민속마을과 비교해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에 해보았다. 사실 규모로 보나 문화재로 보나 그냥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나 좋은 점을 벤치마킹하는 일이 중요하다. 답사 중 충효당 옆에 자리한 임진왜란 때 영의정을 지낸 류성룡 선생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는 영모관에 가려다가 황당한 꼴을 당했다. 소독 중이라 관람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소독이라면 관람이 끝나는 6시 이후에 해도 좋을 것을….

또 하나는 입장료 문제가 일원화 되어 있지 않아 많은 사람들에게 원성을 사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이 된 후 마을 진입로에서 1.6km되는 곳에 주차장을 만들어 주차료, 장터를 거쳐 매표소에서 다시 입장료를 내고 정문안으로 들어서서, 갈 때 올 때 따로 차비를 내면서 구내버스를 이용해야 하는 복잡한 구조여서 돈만 받아 챙기려는 것으로 오해하고, 인터넷에 많은 비판의 글이 올라와 이미지를 흐리고 있다.

이런 운영상의 폐단은 다만 하회마을만의 일은 아니다. 관광지가 많은 우리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김창집·사단법인 탐라문화보존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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