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주 제주특별자치도 문화관광스포츠국장

   
 
     
 
제주인들의 마음은 따뜻하지만 표정은 무뚝뚝하다고 한다. 제주인들은 그 어느 사람들보다 따뜻한 가슴과 인정 넘치는 마음을 지니고 있지만 그 따뜻한 마음을 표현하는 데 다소 부족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정서의 원인을 혹자는 '섬'이라는 지리적 한계에서 오는 배타성에서, 일부에선 수탈의 역사와 4·3의 아픔에서 찾기도 한다.

문제는 따뜻한 마음을 표현하는데 익숙하지 못한 제주인의 정서는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는 우리 제주가 좀 더 발전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 6월 음식업·숙박업·여행업 등 도내 관광업체를 대상으로 친절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친절만족도는 종합 80.9점으로 낮은 수치는 아니었으나 제주 방문 관광객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손님맞이와 배웅인사, 표정과 이미지, 전화친절 항목은 80점을 넘지 못했다. 안타깝게도 도가 추구하는 정책목표인 외국인 관광객 200만 시대를 위한 서비스 인프라가 여전히 미흡함이 확인된 것이다.

'제주로 오는 사람은 올 때도 울고, 나갈 때도 운다'는 말이 있었다. 과거 '외딴 섬'인 제주로 오게 될 때는 신세가 처량해 울지만, 막상 제주 생활에선 따뜻한 제주인의 정(情)에 이끌려 되돌아가면서는 이별이 슬퍼서 운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제주에 오래 머물지 않는 관광객들은 다르다. 그들이 불편을 느꼈을 때는 제주 관광이 신뢰를 상실, 제주 지역경제 전반에 악영향으로 이어진다. 관광산업은 지역내총생산(GRDP)의 25%, 연관 산업의 부가가치 창출액을 포함하면 80%를 차지할 정도로 든든한 제주경제의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지금 제주인들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제주를 찾는 모든 분들을 환대하는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환대)다. 모든 제주인들이 국제적 수준의 친절서비스 마인드를 갖춘다면, 세계가 찾는 제주, 세계로 뻗어 나가는 제주, 세계적인 국제자유도시로의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 제주는 이미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 한·일·중정상회의 등의 유치를 통해 국제적인 서비스 마인드를 실제 경험하고 실천한 바 있다. 이를 기반으로 진정한 호스피탈리티를 실천해 나간다면 제주는 한번 찾고 마는 관광지가 아니라 언제나 다시 찾고 싶은 관광지가 될 것이다.

우리 제주인들은 따뜻한 사람들이다. 이제부터는 그 마음을 온 몸으로 표현해야 할 것이다. 더 환한 웃음과 친절한 자세로 제주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감동을 전하며 글로벌시대의 경쟁력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특히 해외관광객은 체류기간이 짧은 만큼, 그들이 제주를 호흡하는 순간순간마다 제주의 따뜻한 인정을 풍성하게 전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래전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으로 가다 점심을 해결하려 들렀던 작은 레스토랑에서의 상큼한 경험이 생각난다. 빈자리를 찾아 앉았더니 옆자리의 처음 보는 서양인(역시 손님)이 내 컵에 물을 따라 주길래, "Thank You"라고 했다.

그러자 "Send it anyone whom you meet first(고마움을 (나에게 표하지 말고) 네가 처음 만날 사람에게 전해줘라)"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아주 자그마하지만 예쁜 충격으로 다가왔던 알로하(Aloha)정신, 그 일이 새삼 새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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