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현장] 달리도서관 포이트리 슬램 '낭독의 두드림'

▲ 지난 16일 오후 8시 제주달리도서관에서 새로운 형태의 창작 낭독회 '낭독의 두드림' 발표회가 열렸다. 한 권 기자
지난 16일 달리도서관 제주 첫 포이트리 슬램 '낭독의 두드림'
랩 통해 창작과 리듬·박자 등 색다른 발표 방식 경험해 눈길

가족 모임이 아니고는 한 자리에 있다는 것이 어색해 보이는 사람들이 '공통점'을 만들어 간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끄덕끄덕' 공감을 표시한다. 이 자리에 서기까지 사실 잘 몰랐던 사이지만 박자와 리듬에 자신을 맡긴 채 속내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더없이 친숙해진다.

제주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포이트리 슬램(Poetry Slam)' 현장은 뭔가 한 번 해 보겠다는 의지와 관심으로 뜨거웠다.

지난 16일 제주달리도서관에서 진행된 새로운 형태의 창작 낭독회 '낭독의 두드림' 현장은 늦은 8시라는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북적였다.

이날 발표회는 십대부터 중년까지 남녀노소 구분 없이 다양한 연령층이 참가했다. 꺼내놓는 얘기도 다양하다.

한 20대 청년은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마음에 뒀던 이성에 대한 사랑고백 이야기를, 한 초등학생은 시험에 대한 두려움과 스트레스를 쏟아냈다.

낭독자가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박자를 실어 낼 때마다 관중들은 손과 머리를 흔들며 함께 호흡했다.

연습은 했다지만 서툴고 어색한 랩에 몇 번이고 침을 삼키고 얼굴을 붉히지만 이내 관중들에게 손을 내밀고 호응을 유도하는 여유까지 보인다.

낭독자에 이름을 올린 문용포 곶자왈 작은학교 교사는 자신의 이름을 '포'자로 끝나는 지역의 지명들을 나열하면서 학교와 자신을 소개해 큰 호응을 얻었다.

문씨는 "평소 음치라 음정, 박자는 물론 노래는 꿈도 못 꿨지만 교사로서 아이들과 새로운 소통의 방법을 찾고 싶어 용기를 냈다"며 "아이들에게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북돋아 주고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응원차 달리도서관을 찾았다는 오영순씨(41·여)는 "랩이라고 하면 젊은 세대만의 전유물 정도로 생각했는데 나보다 연세가 많은 분들까지 도전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 받았다"며 "시처럼 맛깔스런 운율에 묘한 매력을 지닌 랩낭독회에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 낭독회를 기획하고 진행한 랩퍼 박하재홍씨는 "8월 한달 동안 도서관 회원들을 중심으로 한 랩 워크숍을 통해 '포이트리 슬램'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창작 낭독법을 강의해 왔다"며 "시적인 감각과 리듬을 타는 방법으로 앞으로 '제주어'를 접목시키는 등 언어의 다양성을 시도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한 권 기자 hk0828@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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