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한 제주발전연구원, 연구실장·사회학박사

   
 
     
 
우리들의 일상적 삶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이나 사회적 약자들에게 물질적 혹은 비물질적 도움을 주는 일은 인류 역사를 통해서 이어져 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시장지상주의가 팽배된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하에서 저소득층이나 사회적 약자를 위한 경제·사회적 나눔과 배려문화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사실상 우리사회는 과거보다는 상대적으로 빈부격차가 더욱 심화되는 경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즉, 사회적 양극화가 확산되는 상황을 개인들이 몸소 체득하고 있고, 그 결과가 단순히 개인적 차원보다는 사회적 문제로 구조화되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이제 가난한 사람들이 튼실한 사회안전망과 복지시스템 구축 없이 빈곤의 악순환 고리를 끊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더구나 가난이 다음 세대로의 되물림은 심히 우려되는 문제이다.

특히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산과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 속에서 비정규직의 확산, 정리해고의 파장, 실업인구의 증가 등은 개인들의 삶을 어렵고 힘들게 만드는 사회적 현상이다.

따라서 우리사회가 중산층의 감소와 저소득층의 확산 및 빈곤의 되물림 현상을 그대로 방치해 해결하지 않으면 전체 사회의 발전에 절실히 중요한 민주적 사회통합을 기대하기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체제가 깨지지 않고 창조적 변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염원하는 세계의 초일류 부자인 워렌 버핏이나 빌 게이츠 등은 사회적 기부와 나눔의 실천을 행동으로 보여주어 감동을 주고 있다. 국내에서도 굴지의 대기업 총수가 개인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였다는 뉴스가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이처럼 돈이나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여 좋은 일에 쓰는 일은 각박한 세상을 훈훈하게 만들고 있으며, 또한 도움을 받는 개인이나 지역사회가 희망을 갖게 하는  역할을 하곤 한다.

그러나 나눔과 배려는 자신이 가진 돈이나 재산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은 결코 아닐 것이다. 사회에는 비물질적 자산(예컨대 재능·기술·지식·지혜 등)을 가진 개인이나 단체들이 자원봉사 혹은 멘토 등의 형태로 사회적 기부와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물질적 도움을 주는 일 못지 않게 그들에게 필요한 재능, 기술이나 지식 등을 함께 나누는 일도 중요하다. 바로 이러한 나눔과 배려문화의 새로운 장이 프로노보(재능기부) 운동이다.

최근 제주지역에서 사회적기업에 대한 프로노보(재능기부)를 다짐하는 결의 모임이 있기도 하지만 그 효과가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에서 나눔과 배려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다른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재능, 기술, 지식 등을 가진 도민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제주사회에서도 재능기부 운동이 더욱 활기차게 전개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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