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현장] 재능나눔 1탄 함피디네 돌집사진관

한 권 기자
어린이재단-함피디네돌집 프로젝트 '모드락모드락 함께 나눔마당'
문화향유 소외지역 어린이·주민 등 참여…재능나눔문화 확산 계기

바다가 훤히 보이는 한적한 시골마을에 '작지만 큰' 파티가 열렸다.

파티장은 널찍한 학교 운동장이나 마을 공터가 아닌 평범한 집 마당이다. 제 집인양 평온한 표정의 마을주민과 아이들이 사진 속에 추억을 남기며 '문화'를 즐긴다.

도심에 비해 문화예술 접근성이 떨어지는 제주 동부지역 어린이와 주민들을 위한 알찬 문화공간이 마련됐다. 규모가 아닌 '채움'을 목적으로 문화 향유의 기회와 재능을 나눌 수 있는 자리다.

지난 15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주지역본부와 구좌읍 한동리 '함피디네 돌집'이 함께 진행하는 장기 재능나눔 프로젝트 '모드락모드락 함께 나눔마당' 제1탄 돌집사진관 프로그램이 개시를 알렸다.

'함피디네 돌집'은 전직 방송국 PD인 함주현씨가 운영하고 있는 게스트하우스다. 그동안 '한적하다'는 말이 꼭 들어맞았던 공간이 이날만큼은 말그대로 북적였다.

잔디 마당을 무대로 동제주사회복지관 어린이들의 난타 공연이 펼쳐진다. 놀이공원 같은데서나 볼 수 있는 팝콘기계와 솜사탕기계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동안 지켜보는 아이들의 눈도 데굴데굴 굴러간다.

어린이재단 관계자들이 준비한 '페이스페인팅 초록우산 스티커'가 같은 추억을 공유했다는 증거처럼 참가 어린이들의 볼에 붙여졌다. 아이들이 직접 참여한 'Wish 카드 만들기' 프로그램을 통해 소망카드가 주렁주렁 매달린다.

소중한 시간을 하나라도 놓칠까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손도 바빠졌다. 제주대학교 사진동아리 학생들이 어린이와 마을 사람들의 표정을 사각 프레임에 옮겼다. 그대로 기억이 되고 오늘이 되고 또 다음을 기약하는 행위다.

이 모든 게 재능기부로 이뤄졌다는 것이 이번 행사의 가장 큰 특징이다.

함피디네 돌집에는 '사진관'이란 이름이 하나 더 달려 있다. 주인장인 함씨의 영상 관련 기술과 사진학교를 운영하는 최광호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이 사진관에서는 앞으로 지역을 대상으로 증명사진과 프로필사진, 영정사진을 찍는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이들이나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사진 교육도 가능하고 무엇보다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공간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고용욱 어린이(한동초 6년)는 "꼭 요술집 같다"며 "친구들과 함께 간식도 먹고 예쁜 사진도 찍을 수 있어 기분이 최고"라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주민 김영미씨(36·여)는 "시골에 이런 이색적인 공간이 생겨서 즐겁기도 하고 기대가 된다"며 "앞으로 진행될 프로그램들에 꼭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함씨는 "이전에 다른 형태의 행사를 진행하다 '지역과 나누는' 의미를 알게 됐다"며 "이번 어린재단과 장기 재능나눔 프로젝트를 통해 문화로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한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한 권 기자 hk0828@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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