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화 제주도의회 여성특별위원회위원장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서 여성특별위원회가 발족한 뒤, 첫 작업으로 해녀문화에 대한 공론을 펼치고 있다. 특히 '제주여성문화의 컨텐츠 중에 세계적인 브랜드로 가져가야할 것은 무엇인가' 이런 화두를 품고 지난 9월23일 해녀문화의 세계화 방안 정책토론회에 이어 지난 17일 해녀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방안에 대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제주해녀는 그 독특한 '물질'노동과 생태주의적 생활방식, 그리고 강인한 여성문화로 문화인류학적, 여성학적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자율적이면서 협동적인 노동과 후배를 양성하는 멘토링 제도, 공정한 분배 방식과 생태주의적 공동 자원관리, 불턱에서의 활발한 소통과 잠수 굿 의례에 이르기까지 해녀사회의 전통은 인류 생태문화의 보물이자 후기 근대에 새롭게 주목받는 여성주의적 거버넌스의 표본으로 일컬어진다.

하지만 정작 제주해녀의 수는 줄어들고 있다. 1970년 1만4143명에 비해 3분의 1 정도로 감소했는데 2009년 5095명, 2010년 말엔 4995명으로 1년에 100명이 줄어드는 상태이다. 가장 젊은 연령대인 30대해녀는 딱 2명뿐인 실정이다. 특히 자녀들이 고등교육을 받게 되고 도시적 직업을 선호하게 되면서 후속 세대가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어 해녀사회의 지속성이 위태로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점점 줄어드는 해녀숫자를 늘리려면 복지지원도 중요하지만 정작 보다 중요한 것은그들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정책과 도민의식의 전환이 시급하다.

약 4년 전부터 우도에서 제주해녀영상작업을 하고 있는 영화사 숨비 고희영대표는 제주해녀에 대한 많은 작업들이 자칫 겉핥기식으로만 갔던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고 했다.

우도에서 해녀들을 촬영하려해도 그들과 언니동생의 자매애를 가지지 않고는 그들의 내밀한 생활로 들어가기 힘들었다는 고백을 한다. 제주해녀 다큐멘터리작업을 위해 이스라엘에서 온 달리아 감독의 경운, 제주도 사투리로 더듬더듬 한국말을 배우며 그들의 언어와 몸짓으로 그들의 세계로 들어갔다. 달리아가 반년간의 작업을 마치고 제주를 떠날 때 그녀는 자신과 정을 나눈 고산리 해녀가 지독한 노동 탓에 병에 걸린 것을 더 슬퍼했다. 달리아가 찍은 다큐멘터리는 유럽에서 방영돼 제주해녀들을 알렸다. 결국 좋은 작업의 기본은 대상에 대한 깊은 애정이다.

제주를 세계에 알릴 때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감동이다. 아무리 멋진 슬로건과 아젠다를 설정해놓아도 그 일을 하는 현장의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같은 꿈을 꾸지 않으면 일이 되기가 어렵다. 숙제처럼 하는 일이 언제 그리 목표를 넘어서는 창의와 열정을 불러일으키겠는가.

제주해녀문화 세계화 5개년 계획이 나왔고 지역축제이던 해녀축제를 제주도축제로 승격시켜 성황리에 끝났다. 특히 일본에서 온 해녀들과 제주의 해녀들이 한데 어울려 춤을 추고 서로의 문화를 확인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었다. 발족시킨 외국인홍보단에게도 체계적으로 제주해녀문화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줘 제대로 홍보하도록 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이에 머물지 말고 우리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등재를 향해 그리고 세계로 울려 퍼지는 제주어머니들의 숨비소리에 담긴 진정한 위대한 정신은 무엇인가를 규명하기 위해 놓치지 말아야할 일이 있다.

현재 남은 4995여명의 해녀직업군 중에서 고령자들의 생애를 인터뷰하고 정리해내는 일, 그리고 해녀가 출항한 길을 따라 그 궤적을 기록하는 일, 험난한 근대사를  제주여성의 옹골찬 정신으로 살아낸 그들의 삶과 혼을 이 시대에 기록해 그 정신을 바로 다음 시대와 세계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 일은 그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전문가집단과 연대해 해야 될 중요한 일들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