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문득 阿Q를 떠올리는가? 근간에 보도되는 내용들 때문이다.
어느 날은 제주지역 20여개의 축제 대부분이 문광부의 평가에서 외면당했다는 보도가 있었다.또 어느 날은 도의회 예산심의에서 민속합주단 창단관련예산 전액이 삭감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이 두 사안에 관한 보도는 마치 어울리지 않는 장면이 오버랩하는 꼴이었다. 전자는 제주축제가 제주 특유의 색깔을 내지 못한 결과 밖에서 얻어맞은 꼴이고,후자는 얻어맞지 않기 위해 우리 것을 길러야겠다는 데 찬물 끼얹은 꼴이기 때문이다.두 사안의 공통점이 있다면 현실직시를 못했다는 점이다.
그 많은 축제들이 거기서 거기인 프로그램들로 채워져 있는 줄 우리는 다 안다.우리끼리 털어놓자면 어느 축제에도 제주의 정서가 물씬 배어나거나 제주의 몸짓이 너울댄 적이 없다.축제의 내용을 장식하는 것들은 온통 바깥 동네에서 베껴온 것이다.그 정도이니 밖에서 얻어맞는 것은 너무 당연한데,그동안 우리는 그 이름만으로도 아름다운 제주도의 이미지에 취해있었다.그래서 제주 축제가 철저히 외면 당한 이 사태가 어떤 측면에서는 잘된 일이기도 하다.우리가 阿Q가 아닌 이상,이제는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고 뼈를 깍는 고민과 노력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더 이상 제주도라는 프리미엄에 안주할 엄두는 접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우리의 선량들께서 민속합주단의 창단을 두고 ‘아직 시기가 이르다’고 말씀하셨다는 게 아닌가.그 분들이 阿Q일 리는 없는데,그렇다면 혹시 축제·문화· 음악·무용이 모두 따로 국밥인 줄 아시는 걸까.바늘 가는데 실 가듯 음악이 있어야 무용이 제대로 살아나는 법,신명이 있어야 축제가 살고 우리 네 신명은 우리 것으로 일상화되는 문화에서 이루어지는 법이다.아무리 생각해도 시기가 아직 이른 게 아니라 너무 늦었다.그래서 근간의 모양새가 꼭 阿Q 같다.
말 나온 김에 한 마디 덧붙이자.문화의 세기,곧 문화전쟁의 시대에서 현재 우리의 도립예술단은 크게 거듭나야 한다.예술인력의 저변이 약한 실정에서 실제적으로나 상징적으로 도립예술단은 제주예술의 얼굴이랄 수 있다.그런데 그 얼굴이 구색이 맞지 않는다니 말이나 될 법인가.게다가 거기에는 제주의 춤도 제주의 음악도 없다.소재만 제주도에서 찾아낸다고 제주예술이 되지 못한다.그동안 근대화과정에서 우리 스스로 홀대하고 폐기해 버린 우리 것을 되찾는 데에 혼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세계화 시대에 웬 우리 것 타령이냐고 하지 말자.세계화시대이기 때문에 더욱 우리 것이 필요하다.물리적 거리가 의미 없어진 지금에 웬만한 수준이 아니고는 도민조차 외면한다.밖의 것을 열심히 베껴낸들 우리로서는 경쟁력이 없다.우리가 阿Q가 아니라면 얻어맞을 수준을 가지고 시기 운운 할 것이 아니라 도 차원에서 우리 것을 찾는 작업에 전폭 지원할 일이다. 멀어 보이지만 그것이 가장 생산적인 투자이다.<하순애·동의대 교수·철학>
제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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