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유산, 역사의 ‘새숨결’ 불어넣다] <7>종묘제례·종묘제례악

2001년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 선정
'보이지 않는 자산의 올바른 계승' 대한 고민 커

역대 임금에게 제사를 지내는 의식인 종묘제례와 제례 때 쓰이는 음악인 종묘제례악이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된 지 올해로 꼭 10년이 됐다.지난 5월 1일 종묘 정전에서 거행된 종묘대제에는 그 역사적인 일을 만든 마츠우라 고이치로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73)이 참석하는 등 '무형문화유산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유교문화의 핵심가치인 '예(禮)'와 '악(樂)'으로써 구현되었던 상징적 의미를 가진 조선시대의 웅숭깊은 무형문화유산이지만 여기에도 시간은 예외 없이 흐른다.

#종묘제례

▲ 어가(御街)를 앞세운 반차행렬(班次行列) 모습
종묘제례는 조선시대에 1년에 다섯 차례 조선왕조 역대 왕과 왕비의 신위를 모시고 제사를 지냈던 의식으로, 일제 침략으로 중단됐다가 지난 1969년 ㈔전주이씨대동종약원 등에 의해 부활됐다.

원래 해마다 5차례씩 정기적으로 거행됐던 의식이었지만 1971년부터 5월 첫째 주 일요일에 한 차례 거행하는 것으로 명맥을 잇고 있다.

종묘대제는 '국조오례의'의 길례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제사인 종묘제례를 높여 부르는 말이다. 조선왕조의 선왕을 섬기는 제례로, 국가의 최고 지도자인 국왕이 초고의 예복인 면류관과 구장복(12장복)을 차려 입고, 문부백관과 함께 최고의 의장기와 의장물을 갖춘 대가행렬로 종묘에 행차하여 최고의 격에 맞는 음식과 음악을 갖추어 최고로 엄격하고 정중하게 거행한 제사였다.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와 정신을 표현하고 있는 엄격하고 장엄한 왕실의례로서 동양 사상에 있어서의 기본이념인 '효'와 조상숭배를 국가차원에서 실천함으로써 민족공동체의 유대감과 질서를 형성하는 역할을 해왔던 조선왕조의 상징적인 궁중행사다.

음악·노래·춤과 함께 신을 맞이하는 영신을 시작으로 10여 가지의 절차로 진행되는 제례의식은 품격 있는 정제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으며 전통복식, 의례도구들과 함께 우리 전통문화의 깊이 있는 멋을 보여주는 무형문화유산이다.
복원의 진정성에 대한 오랜 고민으로 무형문화재 제56호로 등재됐지만, 세계유산인 종묘에서 봉행되는 국가 제사로 유형과 무형의 세계유산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유례가 드문 전통의례로 그 가치가 높다.

# 종묘제례악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인 종묘제례악은 세종대왕이 만들고 세조 때 채택된 것으로, 종묘에서 제사를 지낼 때 연주하는 기악과 노래, 무용을 통틀어 일컫는다.

종묘제례악은 본래 세종 29년(1447) 궁중회례연에 사용하기 위해 창작됐으며, 세조 10년(1464) 제사에 적합하게 고쳐진 후 지금까지 전승되고 있다. 지금도 매년 5월 첫째 일요일이 되면 봉행하는 종묘대제에서 보태평 11곡과 정대업 11곡이 연주되고 있다.

종묘제례악은 조선시대의 기악연주와 노래 춤이 어우러진 궁중음악의 정수로 우리의 문화적 전통과 특성이 잘 나타나 있으면서도 외국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멋과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종묘제례의식의 각 절차에는 보태평과 정대업이라는 음악을 중심으로 조상의 공덕을 찬양하는 내용의 종묘 제례악장이라는 노래를 부른다. 종묘제례악이 연주되는 동안, 문무인 보태평지무(선왕들의 문덕을 칭송)와 무무인 정대업지무(선왕들의 무공을 찬양)가 곁들여지는 것이다.

종묘제례악은 조선왕조의 최고로 엄격하고 정중하게 거행된 제사의 절차에 수반되는 음악이다. 그래서 제례악을 이해한다는 것은 곧 '제례'의 절차를 이해한다는 것이고, 그 바탕에는 우리의 '효'와 '예'의 정신이 깔려있다.

종묘제례악의 악기편성은 아악기, 당악기, 향악기를 고루 사용하며, 편종, 편경, 방향, 축, 어, 박, 당피리, 대금, 해금, 아쟁, 장구, 징, 태평소, 절고, 진고 등의 악기가 배치된다.

조선시대에는 이 밖에도 가야금, 거문고, 월금, 당비파, 향비파, 생, 화, 우 훈, 지, 관, 대금, 중금, 소금, 당적, 특경, 특종, 교방고, 노고와 노도 등이 더 편성됐으며, 현재는 50여명의 연주자와 64명의 무원이 담당하고 있다.

 # 불투명한 '다음'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 10년차인 종묘제례·종묘제례악은 그러나 '보이지 않는 자산의 올바른 계승'에 있어 넘지 못할 산에 부딪혀 있다.

종묘제례와 종묘제례악은 각각 ㈔전주이씨대동종약원 내 종묘제례보존회와 국립국악원 내 종묘제례악보존회를 통해 전승되고 있다.

전승 단체는 있지만 문제는 '보유자'다.

종묘제례의 경우 의식 기능보유자와 제기·제주 기능보유자 등 2명의 인간문화재가 생존해 있는 상태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70대를 훨씬 넘긴 고령인데다 전수 조교가 1명밖에 없어 전승·보존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중요무형문화재로 활동했던 보유자가 모두 별세한 이후 벌써 3년째 연로한 전수 조교 6명이 전통을 잇고 있는 종묘제례악도 사정은 비슷하다.

특히 두 가지 모두 관광상품화 보다는 효와 평화, 생명존중 사상을 기리고 정통성을 강조하는 것들로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고 있다는 점 역시 아쉬운 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형렬 종묘제례 예능보유자는 "걸작 지정 전에는 전주 이씨 종친회 행사쯤으로 치부하던 것이 이제는 국가 의식으로 국내·외에 알려진 것은 분명 달라진 점"이라면서도 "프랑스에서 의궤를 돌려받는 등 일련의 과정에서 복식 고증 등 여러 부분에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고 건의했지만 아직까지 답변이 없다"고 관심 부족을 지적했다. 고 미 기자 popmee@jemin.com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인식 변화 중요
이은홍·이형렬 ㈔종묘제례보존회 이사

▲ 이은홍
▲ 이형렬
이은홍 ㈔종묘제례보존회 전례이사는 '정부차원의 의지'를 수차례 강조했다.

㈔종묘제례보존회는 매년 5월 치르던 시연행사와는 별도로 올 11월 5일 중요한 대사(大事)를 앞두고 있다.

무형문화재 등재 이후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이름을 올리면서 국가 이미지에 일익을 담당했다고는 하지만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한 평가는 예나 지금이나 인색하다.

이 전례이사는 "대외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제사를 올릴 수 있도록 예산 지원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이번에 직접 해보고 필요 경비를 산출할 계획"이라고 이번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유네스코 무형유산 걸작'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지는 부분이다. 국가에서 치러지는 가장 큰 의식으로 참가규모가 크다보니 예산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이중 일부를 추려 국내·외에 문화를 알리는 시연행사를 하는 것은 사실 정통성과 진정성 측면에서 봤을 때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다.

제기·제수 기능보유자인 이형렬 이사도 말을 거든다. 이 이사는 "이수자며 전수자가 적은 편은 아니지만 생업이 없으면 이 일을 하기 어렵다"며 "지금 보존회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다 자원봉사를 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복식이며 어가행렬 등에 대한 계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요청도 해봤다. 계승을 위해 전수조교를 추가로 지정해 달라는 요청에도 벌써 수년째 답이 없다. 조상을 모시는 의식을 관광상품으로 만들자는 제안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현 문화재 정책의 맹점이 여과없이 드러난다.

이 전례이사는 "무형문화유산처럼 보이지 않는 것은 그 안에 깔려 있는 정신이나 보전·전승하려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이런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다면 앞으로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 미 기자 popmee@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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