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종 제주특별자치도 수자원본부장

   
 
     
 
요즘은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벼운 산책을 비롯해 조깅 등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관광객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시내를 벗어나 외곽지를 다니다 보면 올레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을 손쉽게 만날 수 있으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이 분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길을 걷다 보면 산과 들, 그리고 바다를 한꺼번에 볼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이와 같이 모든 사람이 좋아하고 보는 즐거움이 있는 세 가지 풍광을 가지고 있는 곳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제주도이며, 그 중심에 있는 대표적인 걷기 코스가 바로 '곶자왈'이라 나는 단언한다.

곶자왈 지대는 표층에 토양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잡석과 잡목 및 가시덩굴들이 어우러져 있어 경작지로 이용하기 곤란하여 소나 말을 방목하거나, 땔감이나 숯을 만들고, 약초 등의 식물을 채취하던 장소로 이용됐던 곳이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서서 지하수 보전관리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곶자왈이 지닌 가치가 재조명되기 시작했으며, 최근 들어서는 트레일 코스로서 각광을 받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고 있어 환경 자원으로서의 가치가 입증되고 있다.

전형적인 제주 곶자왈은 화산분출로 인하여 흘러내리던 용암이 공기에 의해 급격히 냉각되면서 표면이 깨어져서 크고 작은 블록 형태의 돌무더기 흐름이 형성하는데, 이러한 용암류인 아아용암을 곶자왈 용암류라 한다. 또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빌레라고 말하는 파호이호이 용암이 부서지고 깨어져서 아아용암류처럼 돌무더기 형태로 변하는데 이와 같은 지역도 곶자왈 지대라고 불리고 있으며, 지질조사 결과를 보면 제주도는 이와 같은 용암층들이 수 겹에서 수십겹씩 쌓여서 이뤄진 섬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곶자왈 지대는 표층이 돌무더기와 같은 형태로 이뤄져 있고, 여러 층의 용암류가 쌓여 이뤄졌기 때문에 빗물이 지하로 빠르게 유입돼 지하수를 함양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차가운 겨울에는 땅속의 일정한 온도를 가진 따뜻한 공기가 지상으로 배출되는 등 마치 사람의 허파와 같이 숨을 쉬는 것과 같은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 곶자왈을 통해 지하로 유입되는 빗물의 양은 어느 정도인가요.

곶자왈을 지나가던 올레꾼이 이런 질문을 하는데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까. 어떻게 보면 참 단순하고 당연한 기본적인 질문이지만 지금까지 나온 곶자왈에 대한 조사연구 결과로는 그 답을 하기에 너무나 부족한 점이 많다.

이에 대한 해답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 본부에서 곶자왈 지역에 대한 조사를 수행하고 있는데, 중간 결과 보면 곶자왈 지역에서의 빗물 유입속도는 약 2.3 ~ 0.7m/min로 나타났다. 이 값은 일반적인 자갈밭 평균인 0.6m/min 보다 월등히 빠른 값이며, 일부 지역은 3.8m/min로 매우 빠르게 유입되고 있음을 알아내었다. 2012년까지 조사를 마치게 되면 곶자왈 지역에 대한 체계적인 학술 보고서가 발간될 것이다.

앞으로 조금 있으면 올레꾼 등으로부터 듣는 말이 "너희 제주 사람들은 곶자왈이 지하수 주 함양지역이다 제주도의 허파다 이렇게 이야기 하는데 기본적인 것도 모르면서 무슨 보전관리를 한다 말이냐"라는 말에서 "아! 제주도 사람들은 제주도의 자연환경에 대해서 그 가치를 너무도 잘 알고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보전관리에 노력하고 있구나"라는 존경심으로 바뀌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