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 신문고 현장을 가다 5] 예래동 들렁궤 해안 포클레인 동원
먹돌 파괴 등 자연 경관 훼손돼 비판

▲ 최근 서귀포시가 제주올레 8코스를 정비한다며 '들렁궤' 해안에 중장비를 투입, 행정이 오히려 환경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은 당시 올레길에 투입돼 공사중인 포클레인. <시민 제보 사진>

예래동 갯각 주상절리대(고유명:들렁궤) 앞에 아름다운 해변이 포크레인을 동원한 공사로 파괴됐습니다.  이곳은 낙석 위험이 있어 올레길도 잠정적으로 폐쇄됐던 곳입니다. 이렇게 파괴하려고 올레길을 만들었습니까. 이곳은 예래동 주민들이 애환이 많이 서린 곳입니다. 파괴현장 고발을 합니다. (11월3일 서귀포시청 인터넷신문고 #3445)

제주 올레 제8코스 가운데 예래동 '들렁궤' 해안 일대가 중장비에 의해 무참히 훼손됐다.

행정이 올레길을 정비하면서 아름다운 해안경관을 보존하기 보다는 오히려 포클레인을 동원해 환경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7일 오전 10시 예래천 하류에서 중문해수욕장 방면으로 나있는 들렝궤 해안.

주상절리대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먹돌이 파도에 부딪히면서 내는 소리가 들리는 들렁궤 해안엔 선명하게 포클레인이 이동했던 자국이 남아있다.

특히 포클레인이 지났던 자리는 어른 주먹에서 머리 크기만한 먹돌이 깨져 날카롭기까지 했다.

심지어 먹돌이 펼쳐진 들렁궤 해안 주상절리대 절벽인근에는 폭 2m가량, 높이 30㎝가량으로 비포장 도로를 연상케 하는 길도 있다.

이 처럼 아름다운 해안경관이 훼손된 것은 서귀포시가 안전 사고 위험 등으로 폐쇄됐던 올레길을 다시 개방하기 위해 정비하면서 포클레인을 동원했기 때문이다.

김경훈씨(53·예래동)는 "들렁궤 해안은 유래가 깊은 곳인데 올레 길을 만들어서 오히려 파괴됐다"며 "고무로 된 바퀴가 아닌 무쇠로 된 무한궤도를 장착한 포클레인이 들어가서 먹돌이 깨졌다"고 말했다.

또 김씨는 "이 곳은 '들렁궤' '다람쥐 굴' '조근모살' '갯깍' 등 고유지명이 있는데 해병대원들이 길을 정비했다고 해서 '해병대 길'이란 이름으로 불린다"며 "지역 주민의 애환이 깃든 곳이기 때문에 지켜져야 하고, 올레 길이란 이름으로 파괴되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서귀포시 관계자는 "해병대 길은 지난해 장마철 폭우와 태풍 등으로 낙석 위험이 있어 폐쇄하고 우회코스를 개설했지만, 올레 탐방객이 이곳을 계속 이용함에 따라 재개방을 위해 환경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정비하려고 했다"며 "돌을 옮기는 등 사람의 힘으로 이곳을 정비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불가피하게 중장비를 투입시켰지만, 환경훼손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따라 중장비를 철수시켰다"고 설명했다. /윤주형 기자 yjh153@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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