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 신문고 현장을 가다 6]

▲ 한림읍 한림초등학교 정문 맞은편 클린하우스 시설이 설치됐던 장소에 가까운 클린하우스를 이용할 것을 당부하는 문구와 위반때 과태료 부과를 알리는 경고가 적힌 안내판이 놓여 있다. 한 권 기자
한림초 정문 맞은편 인도 악취 등 주민 반발로 철거
주민 불편 호소, 쓰레기 무단투기…'님비시설' 전락

한림초등학교 정문 앞에 클린하우스가 처음 시행될 무렵 설치돼 있더군요. 분리수거를 쉽게 할 수 있었고 쓰레기를 버리는게 편하더군요. 그것도 잠시뿐, 사라졌더군요. 쓰레기가 많은 날엔 그걸들고 10분을 걸어서 버려야 되는데 왜 갑자기 없어진 것입니까. 그러니 당연히 그 클린하우스를 사용하던 사람들은 그 자리에 버리게 되지 않습니까. 그리고 나서 경고문을 붙이시면 어쩌라는 것인지요. 이건 너무 하지 않나요. 저희는 이제 너무 불편하고 집 주변이 더러워 지네요. (10월31일자 제민신문고)

각종 생활쓰레기를 체계적으로 관리·수거하기 위해 설치된 클린하우스가 '님비시설'로 전락하고 있다.

클린하우스 설치 장소 선정 과정에서 주민 의견 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물론 명확한 기준없이 설치되거나 이설·철거되는 사례가 빈번해 주민들에게 원성을 사고 있다.

8일 한림읍 한림초등학교 정문 맞은편 클린하우스 시설이 설치됐던 장소 주변을 확인한 결과, 분리수거 되지 않은 각종 생활쓰레기 및 생활폐기물 등이 버려져 있어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또 해당 장소에는 가까운 클린하우스를 이용할 것을 당부하는 문구와 위반때 과태료 부과를 알리는 경고글이 적힌 안내판 1개만이 놓여 있을 뿐이다. 

한림읍사무소는 지난 6월 한림초 정문 맞은편 민간 소유 공한지에 클린하우스 시설을 설치했지만 토지 소유주의 반대로 바로 옆 인도로 시설물을 이전했고, 이어 두달만인 8월 중순께 주민들의 악취·소음 등 민원 제기가 잇따르자 분리수거함 거치대를 아예 철거했다.

클린하우스 시설을 요구하면서도, 자신들의 주변에 설치하는 것은 반대하는 '님비현상'이 맞물리면서 해당 시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이다.

실제 제주시 동지역에서 지난 2009년 16곳, 2010년 15곳, 올 들어서도 8월말 현재 21곳의 클린하우스가 이설 또는 철거됐다.

이설 사유로는 개인 사유지 건물신축에 따른 진입로 확보 등이 27건으로 가장 많았고 △클린하우스 시설에 따른 악취·소음 등 민원 제기 20건 △사고위험 1건 △통행불편 1건 △교통사고 1건 △태풍피해 1건 △국유지 1건 등으로 파악됐다.

마을 주민은 "클린하우스를 설치했을때는 주민들에게 홍보를 하더니만 철거때는 한마디 말도 없냐"며 "사전조사를 제대로 했으면 사라질 이유도 없다. 기존 거리보다 멀어져 주민들만 불편함을 겪는다"고 성토했다.

한림읍사무소 관계자는 "클린하우스 이용 장소 안내판을 추가 설치하고 주민 홍보를 강화하겠다"며 "하지만 '내 집 인근에 설치하면 안된다'는 민원이 적잖아 성숙한 주민의식 등도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권 기자 hk0828@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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