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탑동광장에 나가 보았다.전에 있던 포장마차 주점들이 사라져 있었다.트인 시야가 확보되고 분위기가 바뀌어 있어서,넓은 터로서 그야 말로 시민들의 광장이 되어 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탑동광장은 현재의 위치에서 충분히 그 가치를 지니고는 있지만,시내의 한편에 치우친 위치성,또 영역성이 애매한 주변환경으로 진정한 광장으로서 무언가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광장은 그 외곽에서 안쪽을 보아도 볼거리를 제공하고,내부에서 외곽을 보아도 건물 등의 경관요소를 제공하며,또한 시민들의 여러 가지 행위를 유발시키는 매력이 넘치는 장소가 된다.따라서 광장은 외진 곳에 있어서도 안되며,숲보다는 오히려 건물에 둘러싸이는 것이 광장답다.다시 말하면 도심 내 사람이 많이 모이는 번화가에 있는 편이 훨씬 광장답다는 것이다.그러나 지금에 있는 것은 교통을 위한 로타리가 있을 뿐이다.이것을 흔히 광장이라 부르지만 통과하는 차량만이 가득하여 전혀 여유가 없는 그냥 넓은 터일 뿐이다.

 이전에 제주시에는 관덕정광장이 있어서 그나마 구심적인 장소가 되었다.그곳에서는 시민행사도 거행되었었고,조그마한 분수도 있어 무더운 여름밤에는 땀을 식히던 그나마 매력있는 시민의 공간이었다.그러나 지금은 오로지 차량의 소통만을 위한 살벌한 도로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의 도시계획이 도시공간의 고유한 맥락을 도외시한 채 도로를 직선화하고 가구(街區)를 블록화하여,도로체계가 복잡해지고 이에 따라 교통체계 또한 얼키설키 혼란스러워 심지어는 교통신호등을 설치할 수 없는 교차지역이 생기게 한 것이다.그리고 이전의 추억어린 의미있는 장소들을 파괴한 결과이기도 하다.결국에는 제주를 전국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도시로 전락시켜,제주만이 갖고 있는 도시의 고유성이 사라지는 현실을 맞이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현재의 도시생활이 바쁜 일상이라 할지라도,지나가다 잠시 쉬어가거나 또는 일부러 찾아갈 수 있고,공연히 어슬렁거리며 여유를 찾고 싶으며,그곳에서 객기섞인 퍼포먼스라도 펼칠 수 있는 도시의 마당으로서의 광장이 도심에 있었으면 한다.이태리나 프랑스의 광장같이 예술적이지 않아도 좋다.단지 시민들의 발을 이끌어 올 수 있는 소박한 광장이면 좋을 것이다.크고 작은 광장들이 요소(要所)에 위치하여 상업적이거나 교육적인 목적에 치우침없이 각기 특색을 지닌 장소로서 자리잡는다면,지금보다 훨씬 아름답고 특색있는 도시공간이 될 것이다.

 또한 현대도시의 문제 중 공동체의 파괴현상은 이미 대두되는 문제이다.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라고 하겠으나,그래도 지방자치제도의 근간은 공동체의식일진데,시민들의 공동체의식을 그나마 되살릴 수 있는 인위적 장치의 하나로서,도시의 구심적 공간으로서의 시민광장은 그 역할을 충분히 다할 수 있을 것이다.

 토지의 매입이나 조성비용 등,현실적으로 광장 조성이 어렵다면 도심 내 유서깊은 장소를 사적공원으로 조성하여 시민의 마당으로서의 역할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며,또는 일요일에는 자동차없는 도로를 지정하여 도로를 광장과 다름없이 시민들에게 돌려줄 수도 있을 것이다.제주목관아지를 사적공원으로 할 수는 없을까.남문로타리에서 탑동까지의 거리를 일요일의 차없는 도로로 할 수는 없을까.평소 자동차에 빼앗긴 도로의 한복판에 내 아이의 손을 잡고 여유롭게 앉거나 서있는 모습들을 상상해 보자.<양상호·탐라대 교수·건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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