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제주파> 2.컨트리 뮤지션 이탁호씨

2005년 연예계 은퇴와 함께 제주행…읍민행사 참가 등

외형적 변화 보다 음악 등 가슴 채울 아이템 발굴해야

 

# 무대에 설 명분만 있다면

 

“제주는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많아서 좋아요”

‘지금은 은퇴를 하고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며 인터뷰를 사양하던 이탁호씨(57)의 제주예찬론은 의외였다.

우리나라 유일의 컨트리 뮤지션으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도 받아봤고 자타 공인 피들(컨트리 앤드 웨스턴계 음악에서 쓰이는 바이올린) 연주자로 미국 무대까지 밟았던 그는 공연차 들른 제주에서의 인상을 떨쳐낼 수 없었다. 바다며 바람이며 제주의 것들이 쉴새없이 쏟아내는 ‘속삭임’이 주는 묘한 중독이다.

이씨는 2005년 은퇴 선언을 하고 바로 제주행을 택했다. 첫 눈에 반했던 구좌읍 김녕에 정착하려던 계획이 조금 지연되는 동안 제주 시내를 거쳐 지금은 애월읍 고내리 주소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4월 서귀포시 대정읍 환태평양소공원서 열린 ‘예술과 평화의 징검다리’ 첫 걸음에 이은 근황을 물었다. ‘애월 읍민 행사’에서의 연주를 ‘무용담’처럼 털어놓는다. 음향이며 조명시설이 열악한 체육관에서의 행사는 중간에 정전이 되는 소동에 가뜩이나 리액션에 인색한 제주, 그것도 지역 어르신들이 많은 자리였지만 ‘신났다’.

이씨는 “나를 지역 주민이라고 인정하고 불러준 자리를 어떻게 마다할 수 있냐”고 말했다. 뭔가 ‘얻겠다’ 생각했다면 체육관 무대는 피할 수도 있었다. 이씨는 “제주에서 받은 것이 많다”며 “뭔가를 돕거나 그 자리에 서야할 명분만 있다면 어디든지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예술과 평화의 징검다리에서 모처럼 뭉친 마운틴(공건욱·복진구) 팀과 공유했던 생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 가슴 담을 것 만들어야

 

‘흥’이란 쉽게 전염된다. 장르 구분 없이 인종이나 나이, 성별 따위를 넘어 하나로 공유할 수 있는 ‘음악’은 더없이 좋은 국제적 소통 아이템이다. 좋아서 즐기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에 자신의 연주에 ‘가치’를 매기는 일을 내려놨다. 그가 말하는 ‘은퇴’다. 대신 하나 둘 사람을 얻었다. ‘아이와 과수원길 같은 동요를 같이 부르고 싶다’는 아기 엄마와 교사 등 몇몇 사람들과 기타를 즐기는 것도 그 중 하나다. 평소 친분이 있던 미국인 친구가 이씨를 따라 몇 번 제주와 만난 뒤 아예 눌러앉기도 했다.

양파처럼 몇 번을 벗겨도 그 안을 다 알지 못하는 제주에 대한 생각도 깊어졌다. 이씨는 “몇 년 되지 않은 동안 관광 시설이 늘어나고 유네스코 3관왕이니 세계자연경관 선정이니 하는 많은 일이 있었다”며 “외형적인 것에 쏠리다보니 정작 가슴에 담아갈 것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제주는 사람들이 반쯤 마음을 열고 오는 곳이란 얘기다. 뭐든 받아들이겠다고 온 사람들이 아무 것도 얻고 가지 못하면 다시 찾게 하기란 어려울 거란 안타까움에 귀가 솔깃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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