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민들의 지혜가 응축돼 있는 제주속담이 한권의 책으로 집대성됐다. 

제주도가 최근 출간한 「제주도속담사전」은 제주선인들이 화산회토를 일궈온 생활관과 고난의 역사를 슬기롭게 극복해온 인생관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책이다.

제주교육대학 속담연구회의 조사,집필로 엮어진 「제주도속담사전」에는 1978년부터 97년까지 수집한 1630여편 가운데 제주속담 1220여편이 수록됐다.실제 제주도말의 발음과 어형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제주어표기법에 따라 가다나순으로 실었다.이해를 돕기위해 풀이와 설명,그리고 속담의 형성내력을 해설에 담았고,해당 속담의 어떤때 쓰이는지를 ‘용처’에서 밝혔다.또 유사한 속담과 제주도민요말에 등장하는 속담은 ‘요사(민요의 노랫말)’로 구분해 열거하고 있다.

예들들어 ‘가리오리 셈 아니 나민 입에 궂인 말난다’(가나오나 셈 아니 나면 입에서 궂은 말난다)는 사람은 어디를 가서든 사리를 분별하여 슬기가 없거나 잔셈이 없으면 좋아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은 속담.남을 헤아리는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일깨울 때 쓰였다.

 ‘갠 지 발콥만이 먹어도 산다’(개는 제 발톱만큼 먹어도 산다)는 개는 먹이 분량이 사람 못지않게 많지만,제대로 먹지 못먹는 날에는 자기 발톱만큼의 분량만 먹어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생명력을 가졌다는 데서 비롯된 말이다.개로 인해서 식량의 낭비가 없기를 바랄 때 사용했다.

 ‘마라도 모기광 용수 모긴 사돈헌다’(마라도 모기와 용수리 모기는 사돈맺는다)는 마라도 모기는 위력이 대단해 날가죽 석장을 뚫고, 용수 모기는 날가죽 한 장 반을 뚫는다고 한다.이들 두 곳의 모기를 비교했을 때 마라도의 모기가 용수 모기보다 1.5배나 더 위력이 있지만 그 정도면 사돈을 삼을 만하다는 것.즉 배우자를 고를 때 웬만하면 받아들일 아량이 있어야 한다는 일깨움의 뜻이 담긴 말로서 혼인상대가 어지간하면 통혼해야 함을 빗댈 때 사용됐다.

 편저 책임을 맡은 고재환 교수는 “제주도의 속담은 육지부와 다른 토속성이 돋보일 뿐 아니라 언어의 형태면에서도 15세기 국어와 그 변천과정에서 나타난 어형들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어 국어학적 의의도 크다”면서“옛 선인들의 사고방식과 생활상의 반영은 단순히 제주문화의 뿌리에 접맥된 향토자료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의 습속과 전통의식이 서로 엉크러진 언어유산이라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부록으로 제주속담에서 제외한 ‘선어속담’ 430여편과 제주도속담연구사,제주어표기법을 실었다.(1000부 발간,비매품)<김순자 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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