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는 우리의 미래] <38>선천적 치주 결손 윤석이 지원사례

사회적 돌봄 받지 못하는 등 치료 미뤄지며 또래 관계 장애 등 문제

‘어린이 미래’ 캠페인 통해 치료 시작…계속적인 관심·후원 필요해

 

윤석이(가명·12)의 새 학기는 벌써부터 신이 난다. 이제는 친구들에게 놀림 받을 일도 없고 자기만 보면 한숨부터 쉬는 아빠의 표정도 밝아졌기 때문이다. 한창 예민할 나이, 눈치를 먼저 배웠지만 이제는 또래들처럼 맛있는 간식 앞에 줄도 서고 먼저 웃을 수도 있다.

제민일보와 어린이재단제주지역본부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캠페인이 만든 작은 행복이다.

윤석이네는 3대가 함께 산다. 3대라고는 하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 윤석이, 윤석이 동생까지 4명이 전부다. 윤석이 큰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면서 보증을 섰던 윤석이 아버지도 큰 빚을 떠안게 됐다. 재정적인 어려움 끝에 가정이 해체되고 중증 치매를 앓고 있는 할아버지까지 윤석이네에게 맡겨졌다.

장난감이며 반찬 투정도 하고 한창 어리광을 부려야 했던 나이에 윤석이는 저보다 어린 동생을 돌봐야하는 숙제가 주어졌다. 선천적인 치주 결손으로 지속적인 치료가 절실했지만 윤석이 아버지에게는 당장 생계를 꾸리는 일이 더 급했다. 농산물 하역일로 어린 남매와 치매 아버지를 부양했지만 장애가 없고 근로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별다른 사회적 돌봄을 받지 못했다.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것도 모자라 점점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수가 줄어드는 윤석이에게는 늘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살기가 바쁘다는 말이 예전에는 다 핑계처럼 들렀었다”는 윤석이 아버지는 “나도 엄마의 빈자리가 이렇게 큰데 아이들은 오죽 했겠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주어진 환경은 남들처럼은 아니어도 남들만큼은 해주고 싶다는 마음도 욕심으로 만들었다. ‘학교에 가기 싫다’는 윤석이의 마음을 알면서 윽박을 지르며 등을 떠밀기 까지 했던 것이 다 짐으로 남았다.

윤석이는 정밀 진단 결과 치주 질환 치료와 함께 치아교정 장치 착용을 통한 교정이 시급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담당 의사는 치료 시기가 다소 늦어진 탓에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난 뒤 기형 부분에 대한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도 내렸다.

치료를 시작한 덕분에 입안에 피가 나고 음식물을 씹는데 불편하던 증상은 많이 사라졌다. 슬쩍 먹을 것을 찾는 모습이 주변을 기쁘게 할 정도다.

문제는 지금보다는 앞으로 치료해야 할 부분이 더 많다는 점이다. 잦은 치주 질환으로 원만하지 못했던 교우 관계 회복이나 뒤쳐진 학습 부분 역시 계속해서 채워야 한다. 지역 동제주사회복지관과 연계를 통해 일단 언어치료가 시작된 상태고 또래관계와 학습 능력 증진 프로그램도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어린이재단 제주지역본부 고미선씨는 “지역 사회 인프라로 일단 치료가 시작됐고 대인관계 치유 프로그램 등이 가동될 수 있어 다행”이라며 “계속해 치료가 필요한 상황인데다 한창 때 아이들을 꾸준히 살펴줄 정서적 후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어린이재단 제주지역본부는 제민일보 연계 캠페인 등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이웃과 후원자의 결연을 통해 매월 1만원 이상의 후원금을 적립, 지원하는 형태의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경제적 부분 외에도 후원자와 결연자의 교류를 통해 정서적 나눔을 실천하는 방법도 안내하고 있다. 문의=753-3703.

△특별취재반=고미 문화교육체육부장, 강승남 문화교육체육부 기자, 고혜아 정치부 기자, 김봉철 편집부 기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