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진실찾기 그 길을 다시 밟다-양조훈 육필기록] <117> 특별법 서울 보고대회

4·3특별법 제정 서울 보고대회에서 제주에서 상경한 4·3관련단체 임원들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훈·양조훈·박창욱·양금석·김두연·양동윤.

긴박했던 특별법 제정 소회 밝히며 감격
4·3위원회 구성·역할 점검 토론회도 열려

특별법 서울 보고대회
2000년 1월15일 서울 종로4가에 있는 종로성당에서 '제주4·3특별법 제정 경과 보고대회'가 열렸다. 이 보고대회는 4·3특별법 제정을 범국민운동 성격으로 그 영역을 넓혀서 추진해왔던 제주4·3범국민위원회가 특별법 제정을 축하하고 그 진행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이 대회장에는 제주에서 올라간 4·3관련단체 대표들과 청와대 인사, 국회의원, 학계·종교계·민주화운동 관련 인사, 재경 제주도민 등 3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대회장은 한마디로 축제분위기였다. 참석자들은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서 탄생한 4·3특별법 제정을 서로 축하하면서, 앞으로 특별법을 근거로 전개될 새로운 활동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등 진지한 모습도 보였다.

김중배 4·3범국민위 상임공동대표(전 한겨레신문 사장)는 대회사를 통해 "4·3특별법이 제정된 지금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고 전제하고 "인간의 승리, 역사의 승리를 의미하는 4·3특별법으로 반세기 넘도록 어둠에 암장돼온 분단으로 인한 비극의 진상을 복원해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몇사람의 축사가 이어졌다. 우근민 도지사는 김영보 정무부지사를 대신 보내 축하메시지를 발표하도록 했고,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인 김상근 목사, 박종철 아버지인 박정기씨, 역사문제연구소장을 역임한 역사학자 이이화씨, 서울대 김진균 교수 등은 4·3특별법 제정의 의미를 평가하고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된다는 내용의 축사를 했다.

제2부에서는 4·3범국민위 고희범 운영위원장의 사회로 4·3특별법 제정 과정의 긴박했던 상황들에 대한 경과보고가 있었다. 사회자는 활동상황을 일일이 설명하는 도중에 그에 해당되는 관련인사들을 일으켜 세워 증언을 하도록 했다. 그러다보니 2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인사를 겸해 특별법 제정에 관여했던 소회를 밝혔다. 참석자들은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4·3특별법 제정이 '피와 땀의 결정체'임을 재삼 실감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행사장에는 고재식 한신대 총장, 김성수 성공회 대주교, 이해동 목사,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 최병모 변호사, 그리고 청와대 민정수석에서 정책기획수석으로 자리를 옮긴 김성재 수석, 추미애 의원도 자리를 같이했다. 또한 학계 인사로 서중석·안병욱·김정기·장명봉·박후성·권진관·김성례·고부자·김은실 교수와 문화예술계 인사로 현기영 소설가, 4·3다큐멘터리 '레드헌트'의 조성봉 감독, 갈옷 디자이너 은희, 애니메이션 '오돌또기' 제작자 박재동 화백이 참석했다.

제주에서 상경한 김영보 정무부지사, 도의회 김영훈 부의장과 오만식 4·3특위 위원장, 4·3유족회 박창욱 회장과 김두연 부회장, 4·3연구소 강창일 소장, 4·3연대회의 양조훈 상임공동대표, 4·3도민연대 양금석 상임대표와 이은주 공동대표, 양동윤 운영위원장 등이, 재경 4·3유족회 강종호 회장과 이순자 부회장도 자리를 같이했다. 4·3의 진실규명을 가교로 해서 우리나라 민주진영 인사와 제주4·3 관련 인사들이 회동한 자리였다.

추미애 의원은 이날 특별법 조항 중 일부 누락된 것에 대한 일부 비판의 목소리가 있음을 의식해서인지 "시공을 초월해 그지없이 소중한 인권의 결정체로서 각고의 노력으로 이뤄진 4·3특별법이 제정된 만큼 이해에 몰두해 시시비비로 법의 의미를 퇴색시키지 말고 모두가 처음 출발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호소했다. 또한 청와대 김성재 정책기획수석은 4·3특별법 제정과정에서 청와대에서 노력했던 상황을 설명하면서 "대통령께서 개혁 입법차원에서 4·3특별법 제정을 특별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날 대회는 양금석 대표의 선창에 맞춰 '4·3진상규명 만세' '인권평화 만세' '민족통일 만세'란 의미심장한 만세 삼창을 끝으로 막이 내렸다. 장장 2시간여 동안 진행된 보고대회였다. 

한편 4·3범국민위는 재경 4·3유족회와 공동 주최로 그해 4월1일 서울 경동교회 내 여해문화공간에서 4·3 토론회를 개최했다. 그 주제는 '제주4·3위원회의 과제와 활동방향'이었다. 4·3특별법에 의해 곧 구성될 4·3위원회의 구성과 역할에 대해 사전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주제발표를 한 4·3연구소 강창일 소장(배재대 교수)은 "4·3위원회의 구성과 활동은 '개혁입법'이며 '명예회복을 내포한 진상규명'이라는 특별법의 입법 취지에 부합돼야 한다"면서 "따라서 4·3위원회와 진상조사보고서 작성 기획단은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앞장섰던 민간위원들이 중심이 되어 활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동춘(성공회대 교수)·박래군(인권사랑방 사무국장)·양조훈(전 제민일보 편집국장)·이영일(여수지역사회연구소장)·정근식(전남대 교수) 등도 같은 논지의 발표를 했다. 그러나 4·3위원회 구성문제는 그 범위를 규정한 시행령 제정에서부터 요동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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