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16일 노벨상 수상 이후 첫 방문지로서,연말의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제주에 오셨다.이날 오전 우근민지사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제주국제자유도시 추진과 관련 “속도가 늦다”고 지적하고,“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홍콩이나 싱가포르를 능가하도록 구상하라”고 지시하였다.또한 제주를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버금가는 국제자유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과 자원이 필요한데 이는 정부의 적극적 의지와 지원에 달렸으므로, 총리실 산하에 추진기획단을 구성,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같은 날 제주시에서는 시도시기본계획안을 확정 발표했다.이에 의하면 시 당국에서는 국제자유도시 관련 두가지가 제안되었다.제주공항 주변에 13만평 규모의 자유무역지역과 제주대 근처에 30만평 크기의 과학기술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그리고 용도를 명확히 하지 않은 채 시가화 예정용지를 지정해 뒀다.이런 정도의 저밀도 생태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완성하는데도 (공원용지를 대폭 축소했음에도 불구하고) 2조5000억 이상의 자금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런데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버금가는 국제자유도시를 조성할려면 그 인프라를 구축하는데만 어림잡아 그 수 십배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 정부가 국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공적자금 150조 이상을 쓰고 있는데도 경제는 내리막 길을 가고 있는데 제주도에 10조 단위의 예산을 배정할 수 있을까? 시에서 생각하기에도 이것은 불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에 과학기술단지 약 30만평과 자유무역지역 13만평 정도만 제안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 계획으로 국제자유도시란 개념에 걸맞는 구상이라 할 수 있을까? 또한 이같은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고도 홍콩과 싱가포르 같은 부를 구가할수 있을까? 제주도에서는 하루빨리 국제투자개발청을 설립하여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듯 하다.그러나 국제투자라는 것이 인프라가 없는데 들어올리 만무하다.그들도 이윤을 남기려고 투자하는 것이지 우리에게 이익만을 주기 위해 오는 것은 아니다.도대체 자유무역지역이라고 하는 것은 산업사회의 발상이다.물류 중심의 이런 구상으로는,몇편의 국제노선 밖에 없는 제주가 국제 항공노선의 중심지인 인천공항의 70만평,국제해운의 중심지인 광양의 40만평과 자유무역 중개지로서 경쟁이 되지 않는다.그들은 배후지에 막대한 국내 물류를 가지고 있으면서 무역 중계지 역활을 하겠다는 것이다.

 제주에는 제주다운 국제자유도시 구상이 필요하다.물류 중심이 아니고 정보 중심의 진정한 국제자유적인 ‘정보화의 섬’이어야 한다.우선 제주 전 지역에서는 각종 세금이 없는 자유세금지역의 지정을 받자.모든 소비재에 대해 세금이 면제되는 것이다.홍콩처럼 값싼 물건을 사기 위해 사람이 모일수 있어야 한다.또한 벤쳐기업에 대해서도 각종 세금은 물론 혜택도 동시에 주어야 한다.연구실,숙소,연구 자금까지를 지원해 준다.

 그리고 벤처도 우리 제주만의 직종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데 이는 생명공학이 적격이다.육지에서는 이에 대한 규제법이 제정되고 있지만 제주에서는 완전 자유지역이어야 한다.

 정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이곳에서는 모든 정보를 완전 자유화할 수 있어야 한다.국제자유도시에 대한 용역이 정부로부터 시행되고 있으므로 이것이 발표되어야 알수 있겠지만,앞으로의 계획은 산업사회와 다른 발상의 전환,새로운 개념이 요구된다 하겠다.<김홍식·명지대 교수·건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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