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힘으로 새로운 도시가 탄생하기도 한다.대표적인 곳이 브라질의 수도인 브라질리아다.1960년 브라질의 새 수도로 탄생한 브라질리아는 천재건축가인 루시오 코스타와 유엔빌딩을 설계한 오스카 니마이어의 손길 하나하나가 들어가 있다.이들 거장들의 작품이 곳곳에 배어 있는 브라질리아는 도시설계 뿐아니라 도시건축의 새로운 면을 보여줬다.시가지는 제트기형으로 설계됐으며,국회의사당·대통령관저·대성당광장 등 주요건축물이 이들의 손을 거쳐 나왔다.건축가의 손길이 도시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문화작품으로 만들었다.

이처럼 건축가의 힘은 매우 크다.도시전체를 설계하지는 못하더라도 개개의 건축물은 도시를 바꾸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건축물의 변화양상은 도시에서 뚜렷하게 나타나지만 최근에는 농어촌에서도 그 움직임이 엿보인다.

제주시에서 동쪽으로 45㎞쯤 가다보면 구좌읍 하도리의 K씨주택(설계 대성건축·대표 고영중)을 만나게 된다.2층집 건축물로 지난 97년 11월 준공됐다.

건축주인 김희종씨는 구좌읍 일대에서 당근밭을 일구고 있다.그는 농촌의 주택모습을 벗어나 가족들이 사용하기 편하도록 해달라고 대성건축에 주문했다.

이 건축물은 도시적인 겉모습이 물씬 배어있다.그러면서도 창고용으로 쓰이는 반지하실을 만들어 1차산업에 종사하는 건축주의 생활패턴을 반영했다.

내부시설은 집주인과 손님간의 프라이버시를 강조했다.응접실 용도로 쓰이는 공간을 특색있게 구성,반원형태로 돌출시켰다.이 공간은 홀에서 자연스레 이어지도록 하면서도 칸막이를 설치해 때에 따라서는 개개의 공간을 분리해 쓰도록 했다.

또한 내부의 홀을 중심으로 방,식당,욕실의 이동이 쉽게끔 동선에도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K씨주택은 한마디로 건축주가 일터에 갔다가 돌아오면 포근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느낄 수 있는 계획설계에 주안점을 뒀다.

K씨주택을 설계한 고영중씨는 “시대에 따라 건축도 변화하는게 바람직하다”며 “농촌지역의 주택이라도 옛것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김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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