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작가·학예사 최미남

나비 따라 제주행…5년차 제주 사람으로 자신만의 영역 만들기

“지역 어린이와 교육 희망·가능성 믿어” 진정성담은 탈피 기대

 

“어떻게 하면 나비가 되죠?” “날기를 간절히 원하면 돼. 하나의 애벌레로 사는 것을 기꺼이 포기할 만큼 간절하게”

“그럼, 죽어야 한다는 뜻인가요?” “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지. 겉모습은 죽은 듯이 보여도 참모습은 여전히 살아있단다. 삶의 모습은 바뀌지만, 목숨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야.

나비가 되어보지도 못하고 죽는 애벌레들하고는 다르단다”(트리나 포올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 중)

이제 5년차. 섬에 올 때만 해도 애벌레였지만 이제는 ‘나비 작가’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 부지런히 날갯짓을 하고 있는 작가에게 세계적으로 너무나 잘 알려진 이 이야기는 낯설지 않다.

나비를 모티브로 작업을 하는 작가가 한 둘은 아니지만 최미남 작가(제주미니랜드 학예실장)의 나비는 특별하다. ‘학예사’라는 자격을 가지고 일을 선택한 기준이 다름 아닌 나비였기 때문이다. 처음 제주에 일을 구하게 된 배경에는 ‘나비를 원 없이 볼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었다. 남들에게는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할 이유였지만 그녀에게는 그 만큼 좋은 기회가 없었다.

나비테마 관광시설에서 나비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살피고 난 뒤에는 시간이 필요해졌다. 자신 안의 열정을 펼쳐보고 싶은 생각에 그림을 그릴 여유에 맞춰 일을 구했다. 그렇게 섬 사람이 되고 벌써 네 번의 개인전까지 열었다. 그래도 아직 섬 안에서는 낯 선 이름이다.

최 작가의 첫 개인전은 나비축제의 고장 함평에서 열렸다. 연고 하나 없는 함평까지 나비 그림 포트폴리오 하나를 무기로 전시 공간을 차지했을 때의 희열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최 작가는 “정보가 없다보니 축제 담당도 아닌 지역 농업기술원 관계자를 붙들고 전시를 하고 싶다고 두서없이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며 “다행히 그 모습이 솔직하고 건강하다며 전시담당자를 소개받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첫 전시는 나비였지만 지금 그녀의 붓끝은 섬을 그린다. 늘 여행하는 등 가벼운 흥분을 전하는 섬의 기운과 바람, 신화를 연결해 ‘생명력’을 표현하고자 하는 바람을 품고 있다. 그 결과물은 이르면 내년 도내 전시를 통해 만날 수 있다.

‘학예사’에 대한 지역적 이해 부족 역시 아쉽지만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미래를 본다. 현재 교육학 박사 과정을 이수중인 최 작가는 매년 5월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최 작가는 “애벌레가 번데기 과정을 지나 하나의 존재를 인정받게 되는 과정은 언제 봐도 경이롭다”며 “우리 아이들 역시 어떤 교육을 어떻게 받았느냐에 따라 나비가 될 수도 있고 장수벌레나 여러 가지 모습을 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번데기만 보고는 다음을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더 설렌다. 문화라는 총체적 맥락 속 다양한 시도를 해온 작가의 섬 바람과 새로 탈피한 나비가 그래서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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