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중에 둑에 난 작은 구멍을 밤새 막아 마을을 구했다는 소년 이야기가 있다. 네덜란드의 실화로 알고 있지만 실제는 1865년 미국의 동화작가인 마리 메이프스드지가 어린이 잡지에 연재한 소설이다.

사실 이 이야기가 실화인지 만들어낸 얘기인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연히 제방에 난 구멍을 발견한 소년은 처음에는 손가락으로 다음은 주먹으로, 팔뚝으로, 끝내는 온몸으로 물을 막았다.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상황에 맞는 최선책을 찾아 실현했다는 점이다.

제주시민속오일시장 교차로 상습 교통정체 문제도 그랬다. 무심코 지나갔다면 도로를 이용하는 도민·관광객의 불편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몇 번이고 민원이 제기됐지만 서로 자신의 일이라 나서지 않으면서 답을 찾지 못했었다.

하지만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동쪽입구 교차로 버스정류소에 버스가 정차할 때마다 상습 정체 현상이 발생했다. 본보의 수차례 지적 후 제주도 교통항공과, 도 자치경찰단, 제주시 도시과, 도로교통공단 도지부, 교통안전공단 제주지부 등 전문기관이 2번의 현장점검을 통해 기대보다 빨리 버스정류장 위치를 옮겼다.

단순한 임시방편이 아니라 지역주민은 물론이고 상인과 인근 학교, 버스업체 등에 공문을 보내 의견을 수렴하고 현장에서 다시 상인들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등 '번거로울지 모르나' 필요한 과정을 착실히 밟았다.

흔히 행정의 미온적 태도에 대해 '복지부동'이니 '탁상행정'이니 하는 지적을 많이 하지만 이번 사례는 그런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는데도 일조했다고 본다.

지금의 조치가 최선책이 아닌 차선책이지만 오일장이 서는 날 해당 도로를 이용하는 도민들 모두 예전보다 나아진 상황에 고마워할 것이다. 그 것이 바로 '최선'이다.
한 권 기자 hk0828@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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