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편파 판정에 결승 진출 문턱서 좌절

스포츠에서 1초가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

이 찰나의 순간에 승리와 패배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기 종료를 알리는 심판의 신호가 있기 전까지는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런던 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에 출전한 신아람(26·계룡시청)에게 이 1초는 더욱 특별한 의미로 남게 됐다. 경기 종료 1초를 남기고 자행된 심판의 편파 판정에 시상대에서 활짝 웃어야 했던 그는 경기장에서 펑펑 울고 말았다.

이번 대회에서 세계랭킹 12위의 신아람은 메달 후보로 꼽히지 않았다. 그러나 경기 당일인 30일(현지시각) 누구보다 뛰어난 컨디션을 자랑한 그는 잇달아 상위랭커를 연파하고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신아람의 깜짝 메달 획득은 대회 초반의 부진한 성적에 목표로 했던 금메달 10개, 종합 10위 달성에 위기를 맞은 한국 선수단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터닝포인트였다. 유력한 메달 후보들이 줄줄이 기대 이하의 성적에 그치고 있는 선수단에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해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희망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유럽 선수를 결승에 진출시키려는 유럽 심판들의 일치단결이 신아람의 꿈을 짓밟았다.

준결승 정규 경기에서 5-5로 승부를 내지 못해 연장에 들어간 경기에서 어드밴티지를 얻은 신아람의 승리가 유력해지자 심판은 종료 1초를 남기고 4차례나 경기 재개를 지시한 끝에 독일 출신의 베테랑 브리타 하이데만의 역전승을 연출했다.

유럽에서 기원한 오랜 전통의 무예인 펜싱에서 나온 것이라고 믿기 힘든 편파 판정에 아시아의 작은 나라 한국에서 온 신아람은 철저하게 유린당했다. 경기장에 주저 앉아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끝내 유럽 심판들은 신아람을 외면했다.

결국 신아람은 동메달 결정전에 나섰지만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이 있어야 할 무대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에 흥이 날 수 없었다. 결국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역전패하며 4위로 경기를 마쳤다.

비록 메달은 목에 걸지 못했지만 신아람은 가장 뜨거운 박수를 받아 마땅한 선수다. 한국 선수단이 연이은 판정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런던 올림픽에서 분명 그는 승자로 기억되어야 한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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