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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져만 가는 ‘아빠의 빈자리’[제민일보-어린이재단 공동기획, 단비] 6. 다문화 한부모가정 요한이네
한 권 기자
입력 2012-10-01 (월) 19:08:24 | 승인 2012-10-02 (화) 09:03:30 | 최종수정 2012-10-02 (월) 14:11:33

생계 위해 일본으로 아빠 없이 생면부지 제주 정착
"기계 다루는 데 흥미...엔지니어 꿈 이뤘으면"

멀리 떨어져 있던 친척·친지들까지 한자리에 모인다는 추석 명절, 요한이(12·가명)는 엄마와 단둘이 버스 종점 여행을 했다. 넉넉하지 않은 사정에 자투리 시간을 내 마련한 작은 선물에 요한이는 말없이 엄마 손을 잡았다. 하지만 좀체 고개를 들 수 없었다. 혹시나 서운한 마음이 얼굴에 비치지는 않을지, 버스 창문 넘어 다정한 가족들의 모습에 샘이 나지 않을까 걱정해서다. 아이 키 만큼 커져버린 '아버지의 빈 자리'가 고스란히 미안함이 됐다.

   
 
   다문화 가정에서 자란 요한이는 어려서부터 기계 다루는 것을 좋아해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엔지니어'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하지만 커져만 가는 '아빠의 진 자리'에 가슴이 먹먹해지곤 한다.  
 
요한이에게 명절과 생일은 '엄마와 단 둘'이라는 상황이 두드러지는 시간이다.

명절을 전후해 친구들이 쏟아내는 이런 저런 계획이며 재미있었던 추억들을 들으며 억지로 마음을 추스린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요한이의 상처는 '다문화 한부모가정'이라는 가족 문화의 또 다른 변이로 더 깊어지고 있다.

요한이의 엄마는 중학교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린 동생을 부양해야 하는 짐을 졌다. 돈을 벌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고생을 했다. 요한이는 그런 힘든 상황에서 얻은 소중한 선물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일본 국적의 요한이 아버지와 끝내 가정을 이루지 못하며 결국 당시 7살이던 요한이만 데리고 귀국, 제주에 정착을 하게 됐다.

혹시나 아빠의 부재로 힘들지는 않을까 엄마는 더 억척스럽게 생계를 꾸렸지만 7년 넘는 시간 동안 가족과 연락이 끊긴데다 생면부지의 제주 생활은 쉽지 않았다.

어린이재단과 한국산업인력공단 등의 도움으로 영구임대주택 입주가 결정되기 전까지 창고처럼 쓰이던 건물에 몸을 의지했었다. 당장 건물을 비워달라는 요청에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했을 만큼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어려서부터 기계 다루는 것을 좋아했던 요한이는 한국생산성본부에서 실시하는 ITQ 정보기술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관련 분야에 소질을 보이고 있다. '엔지니어'란 꿈도 차곡차곡 키우고 있다.

하지만 세상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는 것이 '아버지'다. 일본에 있는 요한이 아빠와 연락이 닿기는 했지만 함께이지 못한 이유도 설명하지 못했다. 일본으로 건너가 아빠와 만나는 일 역시 경제적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다.

요한이 엄마는 "사정이 어려워 아이가 하고 싶은 공부도 제대로 시키지 못하고 아빠 얘기가 나올 때마다 화제를 바꾸게 된다"며 "아이가 건강하게 꿈을 이룰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유일한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 권 기자 hk0828@jemin.com


한 권 기자  hk0828@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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