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어린이재단 공동기획, 단비] 8. 조손가정 현진이네

사업실패에 부모 이혼...건강악화로 정부보조금 의존
생계비·교육비 등 '막막'...부모 빈자리 커져가 근심 

올해 열 두 살 현진이(가명)는 할머니 손에서 컸다. 경제적 문제로 가정이 해체되면서 현진이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할머니뿐이다. 그런 할머니는 현진이에게 '아버지'이자 '어머니'다. 하지만 세상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는 '부모 자리'에 어린 손자를 바라보는 할머니의 근심은 깊어만 간다.

▲ 현진이 할머니가 늦은 오후 학원을 마치고 돌아오는 현진이를 기다리며 부엌에서 저녁 준비를 하고 있다.
현진이는 현재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현진이네 가족은 지난 1997년 IMF 당시 현진이 아버지의 사업부도와 이후 계속된 사업실패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됐다.

결국 빚더미에 앉게 되면서 친척들과도 멀어지게 됐고 현진이가 4살때인 2004년에 부모가 이혼하면서 가정이 해체됐다.

한참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시기에 영문도 모른 채 현진이는 부모와 떨어져 할아버지와 할머니만을 의지하며 지내야만 했다.

아버지는 한 달에 한 번 전화로나마 목소리를 듣는 것이 전부인데다 최근 연락이 닿은 어머니는 그동안 사진 속에서나 볼 뿐 어머니의 따뜻한 품 조차 느껴보지 못하며 자랐다.

급기야 2년 전 할아버지까지 고혈압으로 쓰러져 세상을 떠나면서 상황은 더욱 급변했다.

현진이 아버지가 남긴 빚 때문에 현재 할머니와 살고 있는 집이 압류된 상태로 언제고 집을 나와야 하는 불안정한 상황이다.

여태껏 할머니가 지인의 밭일을 도우며 생계를 꾸려 나갔지만 이마저도 건강악화로 할 수 없게 됐다.

기초생활수급대상으로 정부 지원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갚아야 할 빚이며 생계비, 병원비까지 할머니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현실이다.

축구선수가 꿈인 현진이는 친구들과 축구할 때가 가장 즐거운 아이다. 할머니에 대한 '정'이 남달라 학교에서 효행상까지 받는 등 건강하게 자란 준 현진이를 보며 할머니는 힘을 내 보지만 다른 가정과 달리 해주지 못한 게 많아 늘 마음이 아프다.

컴퓨터로 숙제를 하는 또래 친구들을 보며 부러하는 하는 모습을 접하거나 최근 학교에서 영어가 많이 뒤쳐진다는 담임 교사의 말에 할머니의 고민은 커져간다. 

현진이 할머니는 "서울 병원에 입원해 있는 엄마를 보고 온 후 혼자 눈물을 흘리는 손주를 볼때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며 "부모의 빈자리를 채워주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어디 부모 사랑만 하겠냐"고 눈시울을 붉혔다. 후원 및 재능기부 문의=753-3703(어린이재단 제주지역본부).
한 권 기자 hk0828@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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