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회는 그 사회 구성원들의 학습활동과 관련해 나름대로 학습관리체제를 갖는다.성문화되었건 되지 않았건 간에 학습활동과 관련된 법체계를 지니기 마련이다.

어떤 경우에는 따로 법률 않은채 관습법에 따라 사회 구성원들의 학습활동은 ‘허용’하고 어떤 경우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구성원들의 자유로운 학습을 ‘지원’하는 법안을 제정하기도 한다.또 어떤 경우에는 사회구성원들에게 특정한 성과를 기대하며 그들의 학습을 ‘지도·감독’한 법을 만들고,어떤 경우에는 사회구성원들의 특정한 학습활동을 ‘규제’하는 법을 제정하기도 한다.이처럼 모든 사회는 그 시대 상황에 적합한 법제정을 통해 사람들의 학습활동과 교육적 관계를 규정하고자 한다.

작년 8월 말에 제정되고 올해 3월1일부터 시행예정인 평생교육법은 종전의 사회교육법과 비교할 때 다른 점이 있다.그중에서 나는 ‘시민사회단체부설 평생교육시설’의 법제화 문제만을 거론하고자 한다.

사실 이제껏 시민사회단체들의 평생교육 프로그램들은 사회교육법이 정한 ‘사회교육시설’이나 학원의 설립운영에관한법률이 정하는 ‘학원’ 으로 등록하지 않은채 실정법의 틀 밖에서 운영돼 왔다.사회봉사 차원의 교육이라는 사회적 관습에 의거 ‘허용’될 수 있었다.그런데 이제는 평생교육법에 따라 해당 지역의 교육감에게 신고해야 한다.만일 신고하지 않을 경우 법의 ‘규제’를 받게 된다.

물론 신고함으로써 얻어지는 긍정적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이제껏 법적 뒷받침을 받지 못했던 시민사회단체들이 법의 이름으로 정정당당하게 평생교육 사업을 전개함으로써 사회적 공신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또한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지원받는 일이 보다 용이해질 것이다.뿐만 아니라 정부가 사이비 시민사회단체의 평생교육 활동을 규제해 국민의 평생교육의 질을 고양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평생교육법의 효과가 모든 시민사회단체에 골고루 나타나지 못한다는 점이다.교육부가 준비중인 평생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비교적 큰 규모의 시민사회단체는 이 법의 제정으로 도움을 받겠지만,영세한 시민사회단체는 오히려 법제정을 하지 않은만 못할 수도 있다.그렇게 되면 자발적인 시민사회단체의 평생교육 활동은 전반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또 큰 규모의 시민사회단체와 작은 규모의 시민사회단체간에 연대성을 형성하는 데도 방해를 받아 시민사회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평생교육법 시행에서는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우선,시민사회단체부설 평생교육시설을 설치·운영할 수 있는 자격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평생교육의 질 관리 차원에서 ‘비영리 민간단체지원법’이 정한 최소 기준인 시민단체의 회원수가 100인 정도만 되면 평생교육시설을 설치·운영할 수 있게 해야 한다.둘째,시민사회단체부설 평생교육시설에 대해서는 공공시설 이용의 편의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비영리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체 교육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끝으로,비영리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애쓰는 시민사회단체부설 평생교육시설에 대해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경비를 보조해야 마땅하다.

이를 위해 평생교육법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 경비보조의 대상,경비보조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해야 한다.그렇게 할때 평생교육법은 시민사회단체의 평생교육 활동을 ‘규제’하기보다는 ‘지원’하는 법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김민호·제주교대교수·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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