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찰의 제주4·3사건에 대해 여전히 이데올로기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있다.제주경찰청이 최근 발간한 「제주경찰사」에는 “좌익분자들의 만행에 의해 피비린내 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를 4·3폭동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있음이 그것이다.한마디로 무고하게 희생된 수많은 양민들 마저‘좌익폭도’로 인식하는 시각이다.진상을 규명해 명예를 회복하려는 정부의 특별법취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 아닐수 없다.

 정부가 제정한 특별법에는 4·3사건을“1947년 3월1일을 기점으로 하여1948년 4월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9월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4·3에 대한 이같은 시각이 입법과정에서 숱한 논란과 논의 끝에 정부차원에서 내린 결정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그런데도 「제주경찰사」에서는 4·3을 정부차원의 시각마저 뒤집고있는 것이다.한마디로 정부는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있으나 제주경찰의 시각은 아직도 좌익폭동사건으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번 개정판의 4·3관련 내용은 당시 경찰관서의 습격사건과 경찰피해상황 등을 다루고 있다.뒷부분에는 특별법제정 관련동향과 특별법전문까지 게재하고 있다.그러나 4·3사건의 개요와 당시의 상황은 지난1990년 초판의 내용을 별 가감없이 그대로 싣고 있다.개정판은 기존의 내용을 현시점에 맞게 수정보완하고 미수록 분야를 추가수록 한다고 추진방향을 밝히고 있다.그런데 유독 4·3에 관련해서는 몇 군데 글자만 고쳤을 뿐이어서 취지를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보완작업이 게을러서인지 모르나 개정판이 나오기까지 10년동안 인식의 변화가 없음이 개탄스런 일이다.더구나“50년이 지난 오늘날에 와서 당시상황에 대한 지식과 체험도 없이 무분별하게 거론하면서 역사를 왜곡시키려 하고 있으니 참으로 유감스런 일이 아닐수 없다”고 개탄하는 내용까지 싣고 있는 것은 더욱 유감이다.

 역사적 사실을 이데올로기에 대입하던 시기는 지나갔다.이제 과거의 아픈 상처와 갈등을 치유하고 도민의 명예를 회복하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 이상 바람직한 일은 없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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