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남 전 제민일보 회장 인생 스토리「제주소년, 꿈을 투망하다」
도전 두려워하는 젊은 세대 향한 '선배'의 충고 "해보기는 해봤어"
치열하지만 사람냄새 나는 삶…초심과 의리 바탕 '디시전 메이킹'

"꿈은 욕심과 다르다. 모든 사람들은 성공하고 싶고 부자가 되고 싶고 유명해지고 싶어 한다. 머릿속에서 생각만 할 때는 처지나 분수를 생각하지 않는 욕심에 불과하다. 그러나 몸을 움직여 노력하기 시작할 때 자신의 처지나 분수를 헤아려 욕심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출발점을 찾게 된다. 그리고 출발점을 지나 만나는 도전을 이겨낼 때 욕심은 비로소 꿈이 되는 것이다"(에필로그 중)

배움에는 크게 세 가지 형태가 있다. 드문 형태이기는 하지만 많이 배우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깨닫는 것(생이지지·生而知之)과 가장 보편적인 형태로 학교에서 배우고 익히는 것(학이지지·學以知之)이 있다. 많은 이들이 '반드시'라고 우선순위에 세우는 것이 다름 아닌 '곤이지지(困而知之)'다. 세상살이를 직접 겪으며 그 달고 쓴맛을 제대로 알아가는 것만큼 소중한 깨우침은 없다는 말이다.
 
제민일보 김택남 회장(54)이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인이자 세상을 먼저 경험한 인생 선배로 제주의 미래와 후배를 향한 응원가를 풀어냈다. 「제주 소년, 꿈을 투망하다」는 그동안 시간을 갈무리한 자전적인 글이다. 세련된 문장들은 없지만 모자란 것 없는 삶을 누리고 있는 세 자녀에게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는 바람은 행진곡풍의 정직한 리듬을 유지한다. 삶·목표 앞에 늘 당당하길 바라는 '고백서'는 이내 비슷한 시대를 살아온 이들의 감정을 건드리고 오늘을 살며 내일을 책임져야 할 젊은 세대를 향한 충고로 바뀐다.

▲ 물질하며 어렵게 마련한 누나의 반 돈 짜리 금반지로 책을 구해 자격증을 땄고 그것을 밑천으로 뭍을 밟았다. 본문 중.
굴곡이 많았던 1970·80년대를 맨몸으로 부딪혔던 그다. 물질하며 어렵게 마련한 누나의 반 돈짜리 금반지로 책을 구해 자격증을 땄고 그것을 밑천으로 뭍을 밟았다. 현대중공업 입사 후 전기기술자로 실력을 쌓은 뒤 포항제철소에서 '최연소 계장'기록을 세우며 끊임없이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 과정이 탄탄대로였던 것은 아니었다. '덜 떨어진 섬 촌놈'이란 차별을 이기기 위해 이를 악물고 자발적 일벌레가 됐다. "해보기는 해봤어" 스스로를 채근하며 하루 두 사람의 몫의 시간을 살았을 만큼의 철저한 자기 관리는 들어서는 순간 전쟁터가 돼버리는 현실에 대응하는 법을 귀띔한다.
 
잘 나가던 직장을 뛰쳐나와 퇴직금 300만원을 밑천으로 창업할 때는 우리나라 전체를 흔들었던 외환위기와 맞장을 떠야 했다. 몇 번의 고비를 넘기며 중견 기업 대표가 됐지만 늘 가슴 한 켠이 비어있었다. '고향'이 있어야 할 자리였다. 준비된 듯이 제주 향토기업인 천마그룹 인수 제의가 들어왔고 그를 믿는 사람들의 도움을 보태 귀향의 꿈을 이뤘다. 그것이 2007년 일이다. '2차 산업 기반 취약'이라는 제주의 환경은 그에게 잠시 잊었던 도전의 불을 댕기게 했다. 앞을 보고 달리는 천성은 그에게 '멈춤'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듬해는 제민일보를 인수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의외의 선택이었지만 그는 제주 출신 기업인으로의 사회적 책임과 과거 가난과 차별, 시행착오 등을 거치며 가슴 깊숙이 품었던 꿈을 끄집어내는 기회라고 판단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말하는 대로'는 그의 저돌적인 추진력이나 실행력만을 상징하지 않는다. '먼저 그 길에 나서서 넘어져도 보고 다쳐도 보고 눈·비도 맞아봤다'는 생생한 경험담들이 사람들의 가슴을 뜨끔하게 한다.
 
▲ 김택남 회장은 광양제철소 평택화력발전소 건설과 광양제철소 건설 현장(사진)에서 전문성 등을 익힌 뒤 태평양기전을 설립, IMF 외환위기에서 공격적인 운영을 통해 회사를 빠르게 성장시켰다. 그리고 2007년 제주 토종기업 '천마물산'을 인수하며 제주도로 돌아왔고, 이듬해 제민일보를 인수했다.
수많은 선택과 결단의 반복 속에 김 회장은 나름의 '디시전 메이킹(decision making)'방식을 만들었다. 기회를 놓치지 마라, 실력으로 승부해라, 그리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마라. 그리고 도전 앞에서 '젊은이'임을 포기하지 말라고 주문한다.
 
부모님 사진으로 시작된 책은 또 성실하면서도 나눔과 베풂에 인색하지 않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숙제와 함께 그의 인생에 크고 작은 영향을 준 사람들의 이름 석 자를 기억하고 기록하고 있다. '갚아라' 채근하는 이는 없으나 '고마움의 빚'만큼은 어떻게든 반드시 갚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살아온 동안 '작업복'이 익숙했던 까닭에 넥타이 정장보다는 청바지를 먼저 집어 드는 모습은 '회장'이 아닌 '사람'이 느껴진다. 
 
아끼고 신뢰했던 직원의 부정을 알고 영업상 연을 끊는 대신 형·동생의 연을 맺거나 '정직의 무게'만큼의 퇴직금 등 냉정한 조조도, 자애로운 유비도 아닌 '어중간한' 감원(減員)법이나 세상에서 가장 부럽고 행복한 '형님 부부'의 사오정 호프로 대표되는 사람 관리에 대한 지론 역시 밑줄을 그어놓을 만하다.
 
김 회장은 "어느 지역이건 '2차 산업'이란 허리가 없이는 경제가 견고해질 수 없는데 제주는 그런 부분이 취약한 것이 많이 아쉬웠다"며 "한정된 시장 안에서 서로 경쟁하다보니 먹을 것이 없어 서로 싸우는 '야생'에 가까운 현실을 짚어봐야겠다는 생각에 글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또 "현재 가지고 있는 것만을 기준으로 본다는 발전은커녕 부정적 생각만 쌓이게 된다"며 "제주를 위해서 지역 젊은이들이 희망을 가지고 도전을 피하지 않는 긍정적 자세를 가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제민일보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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