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윤 제주관광대학교 호텔경영과 교수·논설위원

   
 
     
 
제주에는 많은 축제가 있다. 사계절을 통해 각 지역별로 혹은 통합적으로 제주의 정체성과 이미지에 부합하는 다양한 축제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축제의 목적 중 하나는 관광비수기를 이겨내기 위한 타개책으로 운영해 경제적 파급효과를 나타내는 것이다. 또 다른 목적은 지역 주민들 즉 참가자들과 방문객이 하나가 돼 화합과 상생을 도모하고 지역 홍보효과를 확대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축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많은 요인과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

여러 요인 중에서 축제의 특성인 변동성은 사회적·경제적·자연 환경적 부문 등에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해 행사 수정이 불가피한 경우가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물론 모든 데이터를 참고하고 예측 가능한 경우를 모두 고려했음에도 돌발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는 성격이다.

최근 제주에서 진행된 축제 중 탐라대전, 들불축제, 왕벚꽃축제 등에서 나타난 공통점이 있는데 이들은 자연 환경적 변동성인 기후에 의해 영향을 받은 축제들이라는 점이다. 개최 시기에 대한 일부 이견이 있었던 지난 탐라대전은 진행 중 대형 태풍으로 축소 중단됐고 들불축제는 예전 정월대보름축제 당시 오름 불 놓기 할 시점에 비와 강풍 등으로 제대로 진행되기가 힘들었으며 왕벚꽃축제는 벚꽃의 개화시기로 인한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일 어렵고 힘들어 했던 사람들은 바로 축제관계자들이며 악조건들을 극복하고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하기 위해 노심초사했을 것이다.

예전 정월대보름축제는 눈·비·바람 등으로 인한 행사 일자 조정과 축제 명칭을 두고 많은 논란이 있었다. 그 결과 경칩을 전 후한 시기로 일자 조정을 하고 '들불축제'로 축제 명칭을 변경해 진행됐다. 그리고 왕벚꽃축제는 벚꽃 개화시기가 불안정하고 앞선 개화의 조짐으로 인해 관계자들이 축제현장과 기상상황들 그리고 예측되는 모든 변수를 고려해 불가피하게 일정을 변경하게 됐다.

이러한 갑작스런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행사를 주관하거나 주최하는 모든 관계자들은 머리를 맞대고 가장 알맞은 대안을 마련했을 것이다.

축제성공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축제관계자들을 지탄하고 성토하는 것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물론 축제의 성공을 위한 고언이라고 여기고 싶다. 일정 부분 미숙하고 구습을 벗어나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관계자들의 노력과 희생이 없이는 제주의 축제들이 세상에 모습을 나타낼 수가 없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축제의 외적 내용들을 보고 느낀다. 그러나 이런 외적 내용들은 내적 내용들을 바탕으로 생성이 되는 것이다.

예로 축제장의 시설들과 행사 등 외적 내용들을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내적 내용들 즉 동선계획, 행사진행 계획, 비상응급대응계획 등 많은 요인을 필요로 한다. 또한 관계자들이 이들을 가장 알맞게 조합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노하우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축적된 축제 데이터와 기상 정보 그리고 노련한 축제전문가들이 있고 또한 매년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축제가 세상에 다시 얼굴을 내밀기까지는 많은 고민과 두근거림이 있을 것이다. 보는 이들은 평범하게 대할 수도 있지만 깊은 산고 끝에 우리 곁에 오는 것이다. 하지만 관계자들의 부실한 노력과 구태의연한 자세는 바로 외면 받는 축제가 될 것이다. 축제 그 자체가 생명력과 빛을 발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가 함께하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제주에도 정부가 선정하는 대표축제가 마땅히 있어야 한다. 현재 제주에는 들불축제가 그 다음 수준인 유망축제로 선정이 돼 그나마 체면치레를 하고 있다.

지금은 내부관계자와 외부관계자 등 모두가 합심해 제주 축제들을 냉철하되 따뜻한 시선으로 평가해 사랑받는 축제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제주 축제로 우리 모두 하나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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