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항 물동량 급감 등 무역항 기능 상실
산남 전 항로 침체…지역경제 기여도 미흡

▲ ㈜향일해운이 서귀포항-녹동항 운항을 위해 서귀포항여객터미널 건물을 지었지만 취항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문이 굳게 닫혀있다. 김용현 기자
서귀포시민들의 염원이었던 서귀포항 뱃길 연결이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향일해운이 지난 2월25일 '탐나라호'를 시범운항하면서 13년 만에 서귀포항에 여객선 뱃고동 소리를 울렸지만 취항 준비 막바지에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사실상 취항이 무산됐다. 여객선 취항에 대비해 경제활성화 대책을 준비했던 지역경제인들은 물론 일반시민들까지 허탈해하고 있다. 더구나 성산항과 화순항도 여객선 운항이 중단되거나 축소되면서 크게 위축됐다. 서귀포 경제발전을 위해 서귀포지역 항만을 기점으로 한 다양한 뱃길을 개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서귀포 무역항 '무늬만'
 
서귀포항은 제주항과 더불어 국가지정 무역항으로 지정돼 화물 수출입 및 국제여객선 입출항 기능을 맡고 있다. 
 
그러나 서귀포항은 2000년 8월 부산항을 연결하는 여객항로가 중단된 이후부터 급격하게 침체되고 있다.
 
지난해 서귀포항의 전체 화물물동량은 49만7734t으로 도내 항만 전체 1169만6950t의 2.3%에 그치고 있고. 같은 무역항인 제주항의 847만2111t에 크게 부족했다. 더구나 제주지역 연안항인 한림항 97만8748t, 애월항 69만1840t, 화순항 67만2023t보다도 적다.
 
어선을 제외한 선박 입항 실적도 598척으로 하루에 2척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제주항 5479척, 한림항 1174척, 성산항 1090척, 화순항 1030척에 이어 제주지역 6개 항만 가운데 5번째에 그치고 있다.
 
서귀포항은 국가지정 무역항이란 이름이 무색할 정도이며, 그나마 어선과 낚시배, 관광유람선으로 항구의 기본기능만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서귀포항이 무역항으로서의 역할을 못하면서 서귀포시 도심권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 무산된 서귀포항 뱃길
 
서귀포시와 시민들은 서귀포항 활성화를 위해 중단된 여객항로를 재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재취항을 추진했다. 다행히 향일해운이 '서귀포항-녹동항'에 여객선을 취항하겠다고 밝히면서 서귀포 숙원사업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다.
 
향일해운은 11억원을 투입해 서귀포항에 여객터미널을 신축했고, 서귀포시도 10억원을 투입해 터미널 내부인테리어와 건물주변에 대한 기반시설을 조성했다.
 
그러나 올해 2월 취항을 앞두고 향일해운이 서귀포시에 연간 30억원 정도의 유류비지원을 요구했고, 서귀포시가 이를 거절하면서 여객선 운항이 무기한 연기되는 등 커다란 암초에 부딪혔다.
 
더구나 향일해운이 이탈리아에서 구입한 3403t급인 '탐나라호'는 기름을 많이 소모하는 반면 속도를 내지 못하고, 많은 화물을 실지 못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됐다. 
 
서귀포시는 우선 1개월 정도 운항하면서 문제점이나 수익성 확보방안을 함께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향일해운은 지난 2월25일 시범운항에 이어 지난 3월7일 정기운항면허까지 취득했음에도 불구, 적자가 불가피하다며 취항을 미루고 있다.
 
현행 해양법상 정기운항면허취득 후 30일이내에 취항해야 하지만 향일해운은 해당 법규를 지키지 않고 있다. 여수지방해양항만청은 앞으로 향일해운에 대해 청문한 후 결과에 따라 과징금 부과부터 면허취소까지의 단계별로 행정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이밖에 D선사는 서귀포항-부산항 여객선 운항사업을 추진하면서 이 항로에 대한 운항면허를 조건부로 취득했다.
 
그러나 D선사는 면허취득을 위해 지난해말 외국선주사와 체결한 선박확보 증명서류로 제출한 이후 계약이행보증금 예치 등 세부면허조건을 미이행, 면허가 취소됐다.
 
서귀포시는 현재 5~6개 선사들이 서귀포항과 육지 항로를 운항하겠다고 제안하고 있지만 재원과 선박확보 방안 등의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지 않는 등 문의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제주도가 매해 5만t 정도의 삼다수의 물류를 서귀포항에 할당할 수 있음을 밝힘에 따라 시는 여객선이 힘들면 정기화물선이라도 취항하겠다는 방침이다.
 
△ 성산항·화순항 여객항로도 중단 
 
서귀포지역 연안항인 성산항과 화순항은 그동안 육지를 연결하는 여객항로가 운항됐지만 중단된 후 현재까지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2000년대초 성산포항-통영항 항로에 2개 선사가 취항했고, 기존 터미널이 포화되면서 당시 남제주군은 8억5300만원을 투입해 성산포항여객터미널을 신축했다.
 
그러나 선사측은 경영난을 이유로 2004년 6월과 2005년 5월 잇따라 성산포항-통영항 여객선 운항을 중단했다. 
 
이후 2008년 3월 통영항로에 대해 재개항이 추진됐지만 흐지부지됐고, 현재까지도 멈춰버린 상황이다.
 
다행히 2010년부터 성산-장흥 항로에 초고속카페리가 취항해 큰 인기를 끌며 2011년 1척이 추가로 투입되기도 했다. 하지만 수익성 악화 등으로 지난해 3월 1척으로 감척되는 등 상승세가 꺾였다.
 
화순항-군산항간 뱃길에 9500t급 여객선이 2009년 5월1일 취항하면서 안덕지역 경제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선사측은 2개월 후인 같은해 7월22일 운항을 중단했고, 현재까지 재운항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화순항 뱃길도 완전히 끊겼다.
 
양광순 서귀포상공회장은 "산남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서귀포항 여객선 취항이 반드시 필요하며, 화순항과 성산항 역시 활성화돼야 한다"며 "음식점, 숙박, 관광업계 등은 서귀포여객선 취항시 요금할인 등을 통해 적극 협조할 자세가 있다. 제주도와 서귀포시도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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