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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담론]직업윤리를 다시 생각한다김방희 생활경제연구소장· KBS 1라디오 진행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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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4-23 (화) 19:19:27 | 승인 2013-04-23 (화) 19:19:27 | 최종수정 2013-04-23 (화) 19:20:08

   
 
     
 
지난 며칠간 한 대기업 임원의 항공사 여 승무원 폭행 사건으로 여론이 들끓었다. 이 일은 당시 상황이 기록된 승무원 근무일지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개되면서 대중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물론 아직까지 양측 주장이 다 공개돼 사실 관계가 명백히 검증된 단계는 아니다. 이는 가해자가 피소돼 객관적인 경찰 조사가 진행돼야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해당 임원 소속 대기업측이 홈페이지에 사과문까지 게재한 것을 보면, 승무원에게 험한 말과 행동을 했다는 핵심 사실관계가 아예 허위는 아닌 모양이다.

상당수 언론과 많은 호사가들은 이 일을 자주 벌어지지 않는 토픽감으로 여기고 있다.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입방아에 올리는 것도 그래서다. 한 편에서는 기내에서 지켜야 할 예의범절을 다시 상기하자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런 이들은 기내에서의 지나친 음주나 난동 등과 관련한 법률이나 국제 규범 등을 주로 거론하고 있다.

보다 더 중요한 문제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차제에 우리 사회에서 근본적으로 고쳐지지 않는 관행과 문화에 대해서도 따져볼 일이다. 정상적인 직업윤리의 부재와 비정상적인 직업 차별의 존재라는 불편한 진실 말이다. 가해자는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고 여겨 분노를 표출했다. 하지만 이 때 서비스의 기준은 항공사 종업원과 고객 사이의 것이 아니었다. 우리 사회의 '슈퍼 갑'으로 통하는 대기업 임원과 '대표적 을'로 통하는 서비스업 종사자의 관계라는 틀을 적용했음이 틀림없다.

근대 자본주의의 핵심인 직업윤리가 우리나라에는 뿌리내리지 못했다

직업윤리란 어떤 직업에서 지켜야 할 행동 규범을 말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하에서 직업윤리는 단순히 '해야 할 것'(to-do)과 '하지 말아야 할 것'(not-to-do)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종교 개혁 이후 탄생한 새로운 종류의 직업윤리가 자본주의의 탄생과 발전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 것은 막스 베버라는 독일의 사회학자다. 그는 직업을 통해 돈을 버는 일이 신의 뜻이라는 프로테스탄트의 소명의식이야말로 자본주의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고 봤다. 소명의식으로서의 직업윤리가 과거 돈 버는 일에 대해 죄책감을 느꼈던 시대에서 벗어나게 해줬다는 것이다.

이 거장의 자본주의 직업윤리론은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당장 이를 바탕으로 학생이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직업윤리를 가르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직업윤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들로는 소명이나 천직 의식, 책임 의식, 전문가 의식 등이 꼽힌다.

그런데 직업윤리가 확고하게 자리 잡지 못한 우리의 경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자신의 직업으로 인해 대접받아야 한다는 의식이다. 인격이나 자질, 성취 때문이 아니라. 이쯤 되면 직업이 아예 계급이 돼 버린 사회다.

이번 대기업 임원의 항공사 승무원 폭행 사건뿐만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종종 벌어지는 비리나 부정부패 사건들 역시 이른바 잘 나간다는 직업군의 직업윤리 부재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정치인이나 관료, 법조인의 수뢰 사건이나 의사들에 대한 향응 접대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좀처럼 표면화 되지 않지만 기자들의 촌지 수수 같은 것들도 마찬가지다.

이들 사회 지도층은 사회 여러 부문으로부터 도에 넘치는 대접을 받는 것을 수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마땅히 누려야 할 특권이라고 여긴다. 어떻게 보면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전직 대통령의 '황제 테니스' 문제 역시 직업윤리 부재 탓이다. 전직 대통령이라면 보통 사람들과 어울려 테니스를 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데서 비롯됐을 테니까.

우리 사회에서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그 말이야말로 실질적으로는 귀천이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각 직업, 특히 우리 사회 지도층의 직업윤리에 대해 다시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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