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 포커스 / 대규모 프로젝트 '아니면 그만' 안된다
경제성·수익성 등 '면밀한 분석·검증 없이 추진' 원인
'논란' 설문대전시관·여성가족연구원 등 거울 삼아야

▲ 대규모 정책사업의 실패가 막대한 예산낭비와 도민갈등으로 이어지면서 사업 시작에 앞서 면밀한 분석과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호접란 사업은 제주도정의 대표적 실패 사업으로 꼽힌다.
그동안 제주도정이 추진한 대규모 정책사업 가운데 일부는 면밀한 사전 분석 부족과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흐지부지, 실패한 사업을 전락하고 있다. 정책사업 실패는 곧 혈세낭비와 도민갈등 야기 등의 부작용을 낳기 때문에 과거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쓰라린 실패
 
제주도정의 대표적 실패사업으로는 호접란 사업을 꼽을 수 있다. 도는 지난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총사업비 85억8500만원을 투입, 도내에 호접란 수출단지와 미국 현지에 호접란 농장을 조성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발생한 누적 적자만 21억원에 달하면서 제주도개발공사의 미국 호접란 농장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도개발공사는 2011년 5월 안전행정부(옛 행정안전부)로부터 경영개선명령을 받은 뒤 농장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동안 3차례에 걸친 공개입찰에도 실패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호접란 사업의 실패는 재배기술이 부족했고, 미국 현지 시장에 대한 분석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문화·체육·교육·관광시설 등의 도 직영 공공시설물도 '돈 먹는 하마'로 전락, 개선책이 요구된다. 도 직영 공공시설물은 2010년 140곳에서 지난해 174곳으로 늘며, 연간 운영비도 491억원에서 555억원으로 크게 불어났다. 
 
현재 건설 중인 서귀포종합문예회관 등의 신규시설을 감안하면 2017년 이후에는 운영비만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며 운영적자는 규모는 2011년 351억원에서 2017년 이후에는 615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등 재정부담 가중 해소를 위한 효율화 및 정상화 방안이 시급하다.
 
1998년 '제주의 대표축제 육성'이라는 거창한 목표로 출발했던 세계섬문화축제는 숱한 논란과 정치적 공방 속에 지난 2001년 제2회 축제 개최 이후 중단됐다. 이로 인해 제1회 섬축제 개최를 위해 제주시 오라관광지구 일대에 상·하수도와 전기, 주차장 등 기반시설과 부대시설 설치 등에 투입된 43억3900만원만 허공에 날렸다.
 
△ 과거 실패 반복 안돼
 
이처럼 면밀한 분석 없이 추진, 실패한 사업으로 전락했던 과거의 사례가 최근에 추진 중인 사업에서도 재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제주돌문화공원 2단계 핵심사업으로 추진 중인 설문대할망전시관 건립사업은 1200억여원의 막대한 시설비가 투입되는데 반해 경제적 타당성 및 수익성 부족이 논란이 돼왔다. 더욱이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실시한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관람객 수요가 현실과 다르게 과다예측 된데다 이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재무적 타당성이 마이너스로 나타나면서 예타 조사에 대한 논란도 제기돼왔다.
 
또 총사업비 842억원이 투입돼 제주시 건입동과 일도1동 일대 4만7101㎡ 부지에 조성되는 탐라문화광장 역시 정체성 논란이 여전한데다 352억원에 달하는 민자가 제대로 유치되지 않을 경우 자칫 '반쪽사업'에 그칠 공산이 크다. 
 
설립 초기부터 '성급·무리한 추진'이라는 지적을 받아 온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역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재단 출연금 30억원 가운데 10억원만 확보됐고, 제주발전연구원·설문대여성문화센터의 분리운영에 따른 경상비 등의 예산 중복투자와 기능중첩, 역할분담에 대한 문제가 여전하다. 게다가 개원초기 인력 확충계획도 미흡, 역할 수행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타당성보다는 지사공약이라는 이유로 추진되고 있는 일부 정책사업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검증, 책임규명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강승남 기자

인터뷰 / 김용범 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

"대규모 정책사업 시행에 따른 철저한 사전 타당성 분석과 중간점검이 필요합니다"

김용범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은 "도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대규모 정책 사업이 실패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행정에서 대규모 사업추진에 앞서 보다 철저한 사전 타당성 분석이 요구된다"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제주도정에서 추진한 정책사업 가운데 일부는 실패한 사업으로 분류됐지만 그 누구도 책임지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며 "향후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거나 도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있는 사업에 대해서는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도입, 시행 중인 '정책실명제'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정책실명제는 행정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주요 정책결정과 추진과정에서 정책수행자의 실명, 사업목표, 추진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공개하는 제도"라며 "이를 통해 정책수행자의 자긍심을 높이고 책임 소재도 명확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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