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식 정치평론가·21세기한국연구소 소장·논설위원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범죄는 참으로 많은 문제들을 유발시켰디. 우리나라 형법 제298조는 강제추행죄에 대해 다음과 같이 형량을 규정하고 있다.'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해 추행을 한 자는 10년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처벌 상한선을 규정하고 있다.

워싱턴 DC 수사당국은 윤 전 대변인의 성범죄 의혹 수사와 함께 주미 대사관에 신병 확보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때 윤 전 대변인은 미국 경찰에 성추행 신고가 접수된지 단 1시간만에 비행기표를 끊어서 수속을 마치고 홀로 귀국길에 올랐다. 이것은 이른바 '현장으로부터의 도피행위'였다. 성추행을 당한 인턴 직원은 20대로 한국계 교포이지만 미국 시민권자인 여학생이었다.

미국 경찰은 피해자 진술내용을 "허락 없이 엉덩이를 움켜잡았다(grabbed her buttocks without her permission)"라고 기록했다. 대법원은 여기서 '폭행 협박'의 개념에 대해 '상대방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이면 족하다'라고 넓게 해석한다. '추행'의 개념 또한 '상대방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음란한 행위로서 성적 수치심 내지 혐오감을 일으키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 여학생은 윤 전 대변인이 그런 사람인지 몰랐을 것이다. 우리는 성의 보호는 그 사람의 정체성과 인격 자체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 조치임을 믿는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애초부터 그를 대변인에 임명한 것은 '대통령의 실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바로 여기에서 우리는 최고 인사권자의 인사권은 절대로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라는 교훈을 다시 얻는다. 그 여학생은 애국 봉사활동에 참여했다가, 그런 예기치 않은 '범죄인'과 마주한 것이다.

필자는 이 사건을 보면서, 그 이전에 그가 어떤 인물인지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당연히 예방가능한 일이었다고 판단한다. 인물됨을 놓고 평가할 때, 그는 중간파가 아니라 '공격적인 보수파'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공격적이라는 말은 상당히 위험하다라는 뜻을 암시한다. 아닌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그의 날카로운 이빨에 씹히는 일이 벌어졌다. 그렇다면 이런 공격성이 자신의 무기인데, 대변인이라는 자리는 어울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대변인의 임무는 청와대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 인물을 배치해 놓고 그 위험성이 현실로 나타날 때, 그때 대변인의 주변 조직은 과연 어떻게 반응할까? 그때 그 주변 조직은 조직적 강단이 아니라, 아주 수세적으로 대처했다. 여기에 이남기 홍보수석과 허태열 비서실장의 책임도 거론된다.

미 수사 당국이 윤 전 대변인을 성추행 '경범죄'로 수사 중임은 확인됐다. 경찰이 작성한 2쪽짜리 사건 보고서에는 범행 장소와 시간이 기록돼 있는데,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 부분들도 있다. 워싱턴에서 쫓기듯 국내로 들어온 윤 전 대변인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1차 조사를 받았다. 거기에서 그가 고백한 내용은 다시 엉뚱하게 기자회견을 한 내용과 너무 다르다.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변인은 그야말로 거짓으로 일관했다. 윤 전 대변인은 진실의 왜곡 범죄를 다시 한번 저질렀다.

피해자는 우범지대를 지나친 사람처럼 지금은 피곤하고 황망한 기분일 것이다. 지난 주에 피해자의 아버지는 '어디 엉덩이를 툭 친 것 가지고 경찰에 신고하고 그러겠느냐'고 이야기했다. 그 아버지는 인터뷰에서 윤 전 대변인의 인턴 여성 추행이 한 차례가 아니었음을 시사했다. 2차 성추행이 경찰 신고의 직접적 이유가 됐음을 확인했다. 여기에서 우리는 진실찾기를 제대로 해야 한다. 우리 정부의 태도도 태도지만, 그보다 더 먼저는 개인과 개인의 진실, 즉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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