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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담론]내 나라의 역사를 아는 것김송이 제주대학교병원 심장내과 교수·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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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6-25 (화) 20:02:10 | 승인 2013-06-25 (화) 20:03:17 | 최종수정 2013-06-25 (화) 20:03:30

   
 
     
 
나는 많이 배운 여자고 '의대를 나온 여자'이지만, 한국지리를 잘 모른다. 제주도에서 태어나 제주도에서 학교를 다녔고 육지 나들이는 대부분 항공편을 이용해 이동하기 때문에 어느 도시가 어디에 위치하는지 몰라도 별로 불편하지 않았다. 남편은 내가 한국지리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며 놀려대고는 했고 이에 대한 나의 항변은 "고등학교 때 자연계라서 한국지리를 안 배웠다" 였는데 나도 궁색한 변명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최근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다. 아이돌 그룹의 구성원들을 모아두고 퀴즈를 내서 틀리면 그대로 남아 있고, 맞으면 나가는 형식이었다. 퀴즈는 모두 국사문제였다.

아이돌은 물론 예능 프로그램의 고정 멤버들도 퀴즈에 참여했지만 정답을 맞추지 못했고 결국 예능 프로그램 멤버들이 국사에 대해 집중적으로 교육을 받고 아이돌에게 직접 강의를 했다. 아마도 프로그램 제작자는 아이돌을 교육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아이돌로 대변되는 어린 세대, 그리고 그 아이돌을 사랑하는 불특정 다수를 향해 자국의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미 20년 이상 지나버렸지만 내 학창시절에는 중·고등학교에서 의무적으로 문·이과에 관계없이 국사를 배웠고 TV 사극도 퓨전 판타지 사극이 아니라 '조선왕조 오백년'같이 실제 역사에 근거를 둔 정통 사극이 인기였기 때문에 학교에서 배운 국사를 밤에 생생하게 확인할 수가 있었다.

여러 차례의 교육 과정 변화가 있은 후, 요즘 중등 교육 과정에서는 국사가 필수 과목이 아니다. 고 1때 내신을 위해 잠시 국사를 배우기는 하지만 2학년부터는 문과에서조차 국사가 11개의 선택 과목 중 하나일 뿐이며 그나마 서울대 입시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선택하지 않게 됐다. 역사공부를 좋아해서 국사를 선택하고 싶지만, 공부 잘하는 애들만 선택하는 과목을 선택하면 영역별 등급이 떨어지기 때문에 좋아도 국사를 선택할 수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국사를 공부하는 학생이 소수일뿐더러 이과에서는 아예 국사를 배우지 않는다.

그 결과 지금은 3·1절을 '삼점일절'이라 읽고, 야스쿠니 신사를 '젠틀맨'이라 이해하는 현실이 돼버리고 말았다. 또한 청소년의 절반 이상, 성인들의 35%가 6·25 한국전쟁이 언제 발발했는지 잘 모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어른들은 역사를 모르는 학생들을 비난하지만, 사실상 이런 현실은 학생들의 책임이 아니다. 가르쳐 주지도 않았고 공부할 필요도 없다고 했으면서 모른다고 비난하면 억울하지 않겠는가.

매일같이 뉴스에서 독도 관련 문제나 일본 총리의 망언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관심이 없고 관심이 있어도 무엇이 문제인지 의견을 이야기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문제점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할 능력은 없다. 정규교육 과정 중 국사를 배웠고 내신을 위해 공부도 열심히 하였으며 내가 공부할 때는 국사가 대학 가는데 필요한 과목 중 하나였는데도 나의 역사 인식이나 역사에 대한 상식 정도도 훌륭하다고 얘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한국사를 수능 필수 과목으로 선정하자는 서명운동이 온·오프라인상에서 진행되고 있다. 6월25일 현재 서명 21일째이며 4만3000명 정도 서명이 이뤄진 상태다. 덧붙여서 조선 시대 이후 근현대사에 대해서도 충분한 교육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역사 인식의 문제들 대부분에서 좌우파가 양극단에서 서로의 주장을 하고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스스로의 의견을 가지려면 객관적인 시각에서의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하셨다. 나의 어제가 내 미래에 영향을 미치듯이 내 민족의 어제가 내 아이들, 내 민족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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