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규 제주대학교 전산통계학과 교수·논설위원

   
 
     
 
필자는 직업특성상 월 2~3회 정도 뭍나들이(?)를 하는 편이다. 나들이 목적이 주로 회의·평가 및 국책사업 유치를 위한 활동이다 보니 대부분의 일정은 주중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주중 나들이에서 조차도 항공권 구입이 쉽지 않은 것 같다. 불과 3~4년 전에만 해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다. 이제는 적어도 일주일 전에는 예약을 해야만 원하는 비행기를 탈 수 있게 되었기에, 급하게 잡히는 일정은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해 아예 취소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것 같다.

이런 어려움은 비단 필자만이 겪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주변의 직장 동료들이나 지인들 역시 점점 비행기표 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바로 밀려드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 때문일 것이다.

최근 어느 매체에서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예부터 제주도는 삼다삼무(三多三無)의 섬이었다. 돌·바람·여자가 많아 삼다라 했고 도둑·거지·대문이 없어 삼무로 불렸다. 그런 삼다도(三多島)가 천지개벽 중이다. 돌은 돈, 바람과 여자는 자동차와 중국인이 대신 자리를 꿰찼다'는 것이다. 제주에 '차이나머니'가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쇼핑·부동산·리조트 할 것 없이 중국인 관광객이 모이고 자본 투자가 이어진다.

지난해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약 108만명으로 전체 외국인 관광객 168만명의 66%를 차지했다. 2002년 약 9만명에 불과했던 중국인 관광객이 10년 새 10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는 그 숫자가 더 가파르다. 5월 말 기준으로 제주를 찾은 해외 관광객 65만7500여명 중 중국인 관광객이 약 45만9000명으로 64%를 차지했다(제주도관광협회 자료).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8만8583명에 비해 59% 증가한 수치다. 이런 중국 관광객 증가 덕분에 2009년 600만 관광객 시대를 연 제주도에 지난해엔 관광객이 969만여명 찾아왔고 올해는 1000만 관광객 시대를 기대하고 있다.

이런 중국 관광객의 급속한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은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환경 (유네스코 3관왕, 세계 7대 자연경관)일 것이다. 특히 중국 내륙과 같이 평생 바다를 보지 못하던 중국인들이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제주의 자연경관에 매료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할 것이다. 이에 더해 관광인 경우, 제주도의 무사증 입국이 가능한 것도 중요한 변수일 것이다. 필자가 업무관계로 중국 서안의 한 유력인사를 만난 적이 있는데, 이분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오징어(한치) 회"라고 내게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제주에 수많은 중국인들이 찾아오는 이유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이야기라 생각한 적이 있었다. 밀려오는 중국인들을 통해 우리는 경제적인 실익을 얻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100만이 넘는 중국인들로 인해 제주 공항, 관광지, 숙박업소 및 쇼핑가게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렇게 찾아오는 중국인들에게 제주가 진정 보여 줄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는 우리로서는,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하는 태도도 국제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럼 국제적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중국어나 영어를 모든 도민이 배워서 외국인과 능숙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국제적인가? 이런 것 보다는 외국인을 우리의 '친구'이자 '동반자'로 생각해주는 마음가짐이 중요할 것이다. 단순히 우리 제주를 찾아와 우리를 위해 돈을 뿌리고 가는 존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지역을 발전시키는 동반자로 혹은 우리와 같은 존재로 이해하고 존중해 주는 태도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단일민족'이라 해, 순수 혈통을 강조해 왔다. 그런데 현재는 소위 '다문화 가정'이 늘고 있고, 귀화하는 외국인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제주는 아마도 이런 '다문화 가정'이나 거주 외국인이 많은 지역으로 필자는 알고 있다. 물론 이들은 요즘 쉬게 볼 수 있는 중국관광객과는 달리 대면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고, 완전히 지역에 동화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에게 보여주는 '국제화' 수준의 향상은 우리에게 내재한 다른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