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사회부 차장대우

단군신화에서 환웅이 풍백(風伯)·우사(雨師)·운사(雲師)를 거느리고 내려 왔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선조들은 날씨에 매우 민감했다.특히 농업에는 반드시 물이 필요하며, 강수량에 따라 일년농사가 좌우됐다. 우리나라 기후는 장마철에 집중적으로 비가 내리고 그 전후에는 가뭄이 계속되는 경우가 잦았고, 수리시설이 부족했던 옛날 선조들은 가뭄 때마다 기우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가뭄으로 흉작이 될 경우 백성들은 엄청난 고통을 받고, 곧 민심이 흉흉해질 수밖에 없어 왕이 직접 기우제를 지냈다는 기록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고려시대 기우제에는 국왕과 신하들이 근신하고, 천지·산천·종묘·부처·용신에게 제를 지냈다. 조선시대 역시 음력으로 4월에서 7월 사이의 임금이 직접 기우제를 지내는 것이 연중행사였다.

기상청이 슈퍼컴퓨터로 날씨를 전망·예보하고, 상수도와 관정시설이 해안부터 산간지역까지 시설된 현재 상황에서는 대다수 사람이 기우제는 과거에 있었던 미신으로 치부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제주사회는 선조들이 비를 갈망하며 기우제를 지냈던 심정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관측이래 올해 장마가 가장 길었지만 정작 지난달 제주지역은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았고, 평년 7월 강수량의 3~6%에 그쳤기 때문이다. 여기에 30도가 넘는 찜통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면서 제주도민들은 지칠 대로 지쳤다.

이 때문에 제주지역에서 가뭄이 가장 심각한 애월읍 주민들이 지난달 25일 고내봉에서 기우제를 지낸데 이어 지난달 31일에는 제주도의회도 산천단에서 기우제를 봉행하기도 했다.  기우제가 통했는지 3~4일 잠깐 비가 내렸지만 가뭄해갈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당분간 국지적인 소나기외에는 비다운 비가 내릴 가능성이 적다고 예보됐다. 이런 상황에서 하늘에 제를 지냈다고 무슨 소용이 있냐는 쓴소리도 있지만 그만큼 제주사회가 가뭄 때문에 절박한 상태임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기술로 비를 인위적으로 내리게 할 수 없지만 가뭄피해를 늦추거나 줄일 수는 있다. 도민들이 기우제를 지내는 절박함과 정성으로 단합해 가뭄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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