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논설위원

   
 
     
 
최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관광 산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의료와 관광이 결합된 새로운 산업인 것이다. 의료 서비스를 받으며 관광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기에 의료관광 산업의 성장 잠재력은 크다.

관광지로 유명한 국가들도 이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태국·싱가포르·인도 등의 국가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싱가포르는 최고 의료진의 선정, 입국 과정의 간소화, 환자 의뢰 체계의 확대 등 의료관광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을 꾸준히 시행하고 있다. 태국도 일찍부터 의료 서비스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우수 의료진 확보를 위해 외국인 의사에게도 자격시험에 합격하면 의료업을 허용하고 있다.

제주도 의료관광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천혜의 자연 경관과 청정 환경을 가진 제주가 의료를 접목하면 성공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제주도 당국도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의료관광 산업을 핵심 사업 중의 하나로 지정해 추진해 왔다. 외국인 영리병원 설립 허용과 제주헬스케어타운 조성 사업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아직 의료관광의 가시적인 성과는 잘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2012년 제주도의 외국 환자 유치 실적은 1650명, 의료 수익 12억 원에 불과하다. 전국 16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8위에 그쳤다. 더욱이 기대했던 최초 외국인 투자 영리병원 설립 승인이 지난 8월 보건복지부에 의해 보류됐다. 겉으로 제시한 이유는 "수술 응급 의료 체계가 미흡"하다는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영리병원 허용 여부에 대한 찬반 논란이 커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제주가 의료 관광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영리병원 제도의 도입은 필요하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 관광의 성공을 위한 핵심적인 요소는 우수한 의료 기관과 의료진을 확보하는 것이다. 외국인 환자가 높은 수준의 의료 기술을 가진 국가에서 치료를 받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의료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면 그 유인은 더욱 크다. 높은 보수를 지급하지 않고서는 우수한 의료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우수한 의료진과 의료 기관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영리병원의 설립이 허용될 필요가 있다. 제주는 관광의 요소는 잘 갖추어져 있다. 높은 수준의 의료 기술만 확보하면 의료관광의 성공 가능성은 높다.

해외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 방안도 필요하다. 은행 등 금융기관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금융기관은 해외 각지에 지점이나 현지법인을 많이 갖고 있다. 해외 환자들은 치료비용을 송금하거나 외화를 환전하기 위해서 금융기관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의료 관광 홍보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의료관광 산업에 관심을 갖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강원도, 부산광역시 등도 의료관광 산업을 주력 산업으로 선정해 지원을 하고 있다. 본격적인 경쟁 시대에 돌입한 것이다. 제주만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의료 관광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제주는 특별자치도법을 갖고 있다. 특별자치도법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특별자치도법은 도지사로 하여금 의료 관광 육성을 위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조항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제주도의회는 의료관광 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통과시켰다. 조례는 도지사로 하여금 의료 관광 산업 활성화 기본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의료 관광 관련 단체나 기관에게 제주도가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료 관광 전문 인력 양성에 관한 내용도 담고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의료 관광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제도적인 기반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비록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조례 제정을 계기로 제주도 당국은 의료관광 산업 육성 방안 마련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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