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포커스 / 제주 소나무재선충병 비상사태

▲ 최근 소나무재선충병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해송림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가운데 신속한 고사목 제거, 항공·지상방제 강화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제주에서 가장 심각한 지역인 애월읍 수산봉내 재선충병감염목 제거 및 훈증처리현장. 김용현 기자
행정 고사목 20~25% 감염 추정 불구 안일한 대응
비상체제 인력·장비 대거 투입…현실적 한계 많아
 
도내 소나무림 면적은 전체 산림면적 8만8874㏊의 18%인 1만6284㏊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자연적 요인과 안일한 방제대책 등으로 재선충병이 급속히 확산, 멸종될 위기에 놓여 있다. 제주도가 재선충병과 고사목 확산 방지를 위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사고 위험·주민반발 등으로 쉽지 않은 실정이다.
 
△ 재선충병 감염 심각
 
제주도가 발표한 제주지역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은 2004년 19그루, 2005년 44그루, 2006년 52그루, 2007년 28그루, 2008년 16그루, 2009년과 2010년 15그루, 2011년 13그루, 2012년 59그루, 올해 7월까지 31그루다.
 
그러나 도는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 조사대상을 최초발생 추정지역과 기존 발생지 외곽지역으로 한정,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도내 고사목은 2010년 5752그루, 2011년 9567그루, 2012년 1만8261그루이며, 특히 올해 3만5000그루로 급증했다.
 
산림청은 올해 전체 고사목의 25%인 8750그루가 재선충병에 의해 죽은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도는 올해 고사목 168그루의 시료를 채취해 이중 19%가 감염목으로 확인된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7000그루 이상이 재선충병으로 고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 미흡한 대응 완전방제 실패
 
소나무재선충병이 심각해진 원인 가운데 기후변화와 태풍, 폭염과 가뭄 등의 자연적 원인도 있지만 제주도의 '안일한 대응'이 피해를 키웠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도는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115억원을 투입해 항공·지상방제 5573㏊, 나무주사제 1115㏊ , 고사목 6만9331그루 제거 등을 실시했지만 완전방제에 실패했다.
 
도는 올해 23억원을 방제예산으로 편성했다가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 예비비 7억원과 산림청 긴급방제비 1억5000만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항공방제 실시면적은 2006~2011년 4200~4700㏊를 유지했지만 2012년 450㏊, 올해 450㏊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또한 나무주사 방제면적도 2009년 293㏊에서 지난해 140㏊, 올해 50㏊로 급감했다.
 
△ 비상체제 돌입…한계 극복해야
 
제주도는 이달부터 비상체제에 돌입해 우선 고사목 1만5000그루를 올해말까지 추가로 제거하고, 9월 이후에 발생하는 고사목도 내년 4월까지 벌목한다.
 
또한 항공·집중방제 집중시행, 오름 및 마을상징보호수 나무주사 실시, 고사목 정밀예찰 등을 실시한다.
 
그러나 솔수염하늘소의 우화(부화)시기전인 4월까지 모든 고사목을 제거해야 하지만 넝쿨과 하층식생이 과밀한 지역은 중장비 투입이 불가능, 인력에 의존하면서 작업속도가 떨어지고 있다.
 
벌목한 소나무를 소각하는 것이 확실하고 손쉬운 처리방법이지만 산불위험 등으로 대부분 훈증처리하고 있고, 흙이 부족한 곶자왈지역은 훈증처리도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도심지와 농경지 한복판에 있는 고사목은 벌목과 소각·훈증처리 과정에서 민원과 사고위험 등으로 제약을 받고 있다.
 
항공방제의 경우 해발 200m이하 도심지와 해안지역에서는 민간 피해 및 반발을 이유로 실시하지 못하고, 재선충병이 가장 심각한 애월은 민간항공기의 항로와 겹치면서 사고위험 때문에 대상지역서 제외됐다.
 
나무주사제의 경우 비용이 한그루당 1만원에 달해 예산확보 문제로 투약대상도 극히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가장 현실적인 방제대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이지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과 고사목이 많은 곳은 과감히 정리해 대체수목을 조성하고, 한라산국립공원과 경관·자연가치가 높은 곳은 최우선적으로 고사목 제거 및 방제작업을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한 재선충병이 제주사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해 도민들이 고사목 발견시 즉시신고 및 수목이동을 자제하고, 현재 2곳의 소나무류 이동단속초소를 확대해 이동을 확실히 통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용현 기자
 
인터뷰 / 현을생 도 세계환경수도추진본부장
 
현을생 제주도 세계환경수도추진본부장은 "소나무림 고사가 도 전역으로 확산, 제주의 주요 경관자원이 훼손되고 있다"며 "지금의 상황을 재해에 준하는 위기로 인식, 소나무재선충병과의 전쟁 선포 등 완전방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3차례 태풍 내습과 올해의 폭염·극심한 가뭄 등 기후변화로 인해 소나무 고사목이 증가하고 있다"며 "2004년 제주시 오라동에서 최초 발생 이후 2011년까지 안정세를 보이던 재선충병도 강한 바람과 고온·다습한 날씨로 현재 도내 읍·면·동 18곳으로 확산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 본부장은 "최근 고사목 발생이 급증, 방치할 경우 재선충병 매개충의 서식처가 될 수 있다"며 "재선충병 확산 방지를 위해 고사목을 제거하고 훈증처리 또는 소각·파쇄를 실시하는 한편 나무주사, 항공 및 지상방제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어떤 상황에서도 고사목을 전량 제거하겠다"며 "특히 방제효과 극대화를 위해 지역·현장별 상황에 맞는 대응방안을 마련,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현 본부장은 "행정에서도 재선충병 방제에 총력을 기울이겠지만, 도민들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농경지·과수원의 소나무 고사목은 행정 당국에 신고하고, 농경지 인근 및 방풍림으로 활용됐던 소나무를 고의로 고사시키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승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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