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익 제주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교수·논설위원

   
 
     
 
통계상, 수십만 명의 재일한국인이 거주하고 있는 일본. 아시아국가로는 처음으로 두 번째 올림픽을 개최하게 됐다. 같은 동북아시아 국가로서 경사스럽고 진심으로 축하해야 할 일이다. 1964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열렸던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큰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던 일본은, 컬러TV방영을 필두로 가전산업을 일으켰고, 초고속 열차인 신칸센(新幹線)을 개통시켜 전국을 1일 생활권으로 잇는 교통천국을 만들어냈다. 전쟁의 아픔을 20년 만에 극복하고 평화국으로서의 새 출발을 대·내외에 알리는 계기로 삼아, 전 세계는 한마음으로 응원했고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룩한 일본에 큰 박수를 보냈다.

그 이후의 일본은 어떠한가. 근면과 혁신적 기술을 바탕으로 지난 수십 년 간 세계경제를 쥐락펴락하였고 세계 제1의 맹주자리를 노리며 초고속 성장을 이어갔다. 전 세계에 토요타자동차와 SONY를 앞세워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며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았던 그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지나친 경기 과열에 거품이 걷히면서 급격히 위축되기 시작했고, 거기에 고베대지진과 동일본대지진 등의 잇따른 자연대재앙으로 자신감마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동요된 민심은 수십 년 간 일본을 이끌던 자민당정권을 무너뜨렸고 새로운 개혁을 외치던 민주당정권에 기대어보았지만 이것마저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게 돼 혼란과 정신적 황폐감이 거듭됐다.

20여 년 간의 불황의 그늘 속에서 국가주의와 경제 활성화를 앞세운 자민당으로 또 다시 정권교체가 되면서 경제적으로는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다지만, 각종 정책과 역사인식은 인근 국가들과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올림픽 개최 소식에 가장 가까운 인국(隣國)인 한국과 중국의 표정은 어떠한가. 우방으로서의 기쁨도 있지만 만만찮은 우려의 시선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2011년 3월에 일어난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누출은 이제 일본의 차원을 넘어 서서히 전 세계의 우려와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일본의 몇 현에서 잡히는 수산물의 수입을 금지시켰고, 일본에서 들여오는 각종 제품에 대해서도 방사능검사를 더욱 엄격하게 실시하고 있다. 일부 가정에서는 방사능측정기로 아기 기저귀마저 오염여부를 확인하는 게 현실이 돼버렸다. 일각에서는 한국인들이 스스로 만드는 과잉반응이라고 폄하하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진실을 밝히지 않고 감추기에 급급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에 기인한다.

또한 영토문제와 역사문제로 한국·중국과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침략을 부정하고 식민지시대를 미화하기에 바쁜 모습들이나, 43살의 젊은 엘리트인 오사카시장이 위안부를 부정하는 솔직하지 못한 태도에서 올림픽 개최지로서의 자격에 의문을 던지는 시각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존경받으며 세계의 리더가 될 기회가 많았던 일본이 아시아 국가들의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되는 것은 자업자득이다. 올림픽유치가 발표되자마자 한동안 잠잠했던 일부 극우들의 민족차별, 총리를 비롯한 정부각료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서도 볼 수 있는 잘못된 역사인식,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역사왜곡은 재도약을 바라는 일본에게는 걸림돌이 되고 말 것이다. 이것들을 바르게 고치지 않는다면, 처음으로 열렸던 도쿄올림픽 때의 세계인들의 응원과 박수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일본은 또 한 번의 도약의 기회를 맞았다. 올림픽이라는 큰 선물보따리는 그들에게는 더없이 기쁜 희망의 메시지이지만, 국제사회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의무의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그 책임과 의무란 세계인이 우려하는 관심사를 바르게 전하고 올바른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한 세계인들과의 교류를 활성화시키며 평화국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일이다.

두 번째 맞는 도쿄올림픽까지 약 7년이 남았다. 재일한국인들의 삶의 터전이자 제2의 고향인 일본이 이 기회를 잘 활용한다면 동북아의 피해당사국은 물론 세계인으로부터 또 다시 존경받는 국가로 거듭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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