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석 편집국장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다른 지방의회와 달리 '특별함'을 부여 받고 있다.

무엇보다 도의원 정수가 19명에서 41명(지역구의원 29명·비례대표의원 7명·교육의원 5명)으로 확대됐다. 의정활동비도 직접 조례로 결정, 현재 1명당 연간 5200여만원의 월급을 받고 있다. 더불어 상임위원회별로 3인 이내의 정책자문위원(5급 사무관 상당) 선발권은 물론 별정직 공무원 1명 채용권한, 4급 서기관 상당의 별정직 공무원 1명의 인사권도 갖고 있다.

이에따라 도의회는 7개 상임위별로 3명씩 모두 21명을 선발하고, 별정직 공무원 1명을 채용해 행정자치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임용했다. 

이처럼 주민들은 도의회의 특별함과 도의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혈세를 더 부담하고 있다. 도의원 정수 확대에 따른 추가 비용 및 연간 4000만~5000만원의 정책자문위원 월급, 7000만원 가량의 별정직 공무원 월급 모두가 주민들의 호주머니에서 충당된다.

경제난과 가계살림에 빠듯한 주민들이 도의회의 특별함을 위해 세금을 더 내는 것은 도의원·정책자문위원·별정직 공무원이 주민의 이익과 복리를 우선해 정책을 개발하고 의결하는 등 명실상부한 제주지방자치의 심장부로 활동할 것이란 기대에서다.

하지만 제주특별자치도가 내년 6·4 지방선거 적용을 목표로 추진중인 '행정시장직선제 동의안'이 지난 16일 도의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이후 후폭풍이 적지 않다. 행정시장직선제 동의안이 새누리·민주당 제주도당의 '반대' 당론에 부딪혀 지난 16일 부결되자 주민자치위원회·이장협의회·통장협의회 등 주민단체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주민단체들은 도의회 제1·2당인 민주·새누리당 소속 도의원 대부분이 내년 지방선거 공천 배제의 불이익을 우려, '민심'(民心) 보다는 '당심'(黨心)을 선택함으로써 납세자인 주민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비판하고 있다. 제주도 의뢰로 제주 언론3사(제민·제주·한라일보)가 대행한 행정시장직선제 여론조사 결과 도민 85.9%가 찬성한 '민심'을 대의기관이 외면했다는 것이다.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자치위원회 역시 무책임한 의정을 드러냈다. 행자위는 주민의 삶의 질 향상 등과 관련한 장·단점 등을 충분히 심사·의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가·부 의결 없이 본회의에 회부하는 책임성 결여의 모습을 보였다.  본회의에서 형식적인 심사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문적 지식·경험을 십분 활용, 예비적으로 심의한후 본회의 상정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임위원회의 역할을 저버린 탓이다.

특히 행자위는 자신들의 여론조사 결과 마저 부정하는 모순도 드러냈다. 행자위가 도내 공무원 949명·주민자치위원 530명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행정시장직선제 선호도가 46~49%로 기초단체 부활·행정시 권한 강화 보다 높고, 행정시장직선제 찬·반 비율 역시 찬성이  65~67%로 반대 32~34%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반면 행자위 전문위원은 "행정시 권한 강화 방안을 부대 조건으로 제시한 도의회의 판단이 옳았다"며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

대안 없이 반대하는 도내 정치집단의 행태도 비판의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현행 행정시장 임명제의 행정제체가 주민 민원처리 불편 및 도지사 권한 집중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대안 없이 행정체제개편 논의를 차기 도정으로 미뤄야 한다면서 소속 도의원들이 주민의 이익을 우선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의무를 원천봉쇄했다.

지방자치법에 '도의원은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그 직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했지만 민주·새누리 제주도당이 '당론'으로 반대하고, 공천 불이익을 우려한 도의원들도 반대표를 던짐으로써 주민에 대한 책무를 저버렸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성공적인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서는 도의회가 지방자치법에 규정한 도의원의 의무 및 상임위원회의 역할을 이행해야 한다. 도의원이 주민의 의사에 반하여 권한을 행사해도 법적인 구속은 받지 않지만 주민소환 대상의 정치적 통제나 내년 지방선거를 통해 주민들의 평가를 반드시 받게 된다. 당론을 쫓는 것 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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