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 포커스 / 위기에 놓인 제주 소나무를 살리자

▲ 제주도가 소나무 재선충병 확산 방지를 위해 내년 4월까지 고사목 완전제거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열악한 작업환경과 인력·장비부족, 안전사고 위험 노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지난 12일 제주시 옛 탐라목석원 인근 고사목 제거현장. 강승남 기자
내년 4월 완전제거 목표 휴일에도 '구슬땀'
예산 150억~200억원 추산 추가 확보 필요
 
△ 인력·장비 부족
 
지난 12일 제주시 옛 탐라목석원 인근의 소나무 고사목 제거현장. 요란한 기계톱·파쇄기 작동소리가 현장을 뒤덮었다.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를 위해 제주도에서 전문인력 20여명과 자원봉사에 나선 아르고스 총회 회원 70여명이 고사목 제거에 한창이다.
 
하지만 톱밥·먼지 등으로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들 정도로 작업환경이 열악하다. 또 인력도 부족하고 게다가 전문성을 요하는 작업 특성상 언제나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어 고사목 제거작업이 쉽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도내 20곳에 달하는 소나무 고사목 제거현장 모두가 비슷하다.
 
탐라목석원 현장책임자인 신익주 주무관(도 소나무재선충병방재전담본부)은 "나무가 쓰러질 때마다 호각 등으로 신호를 주고 있지만 소음 탓에 듣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작업 전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사고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 뒤처리가 중요
 
제주도는 350여명의 전문인력을 27개조로 편성, 현장에 투입해 1일 700∼1000그루의 고사목을 제거하고 있다.
 
도는 고사목 기둥은 한천 저류지 등으로 이동 소각하고 있고 잔가지는 파쇄기를 통해 처리하고 있다.
 
문제는 뒤처리다. 현장에 지름 3㎝ 이상의 고사목 가지가 남을 경우, 솔수염하늘소 애벌레의 서식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거현장에서는 잔가지·기둥 옮기기, 밑동 껍질 베끼기 등 뒤처리 일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그나마 군인·경찰 병력이 지원되는 평일에는 나은 편이지만 주말·휴일에는 원활한 작업을 기대하기 어렵다.
 
고우방 아르고스 총회장은 "주말을 맞아 오름 산행을 계획했었지만 고사목 제거에 일손이 필요하다는 말에 자원봉사로 계획을 바꿨다"며 "보다 많은 단체의 동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내년 4월까지 처리해야
 
무엇보다 소나무 고사목 제거작업이 재선충병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의 우화(부화) 전인 내년 4월까지 모두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에 따라 고사목 완전 제거를 위해서는 정확한 추가발생 예측과 고사목 제거에 필요한 인력 및 장비의 구체적인 산출을 통한 적기 지원이 요구된다.
 
하지만 현재 투입되고 있는 장비·인력으로는 내년 4월까지 고사목 완전제거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그나마 산림청이 14일부터 전문인력 120여명과 대형 파쇄기 등 기계장비를 지원키로 하면서 제거작업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지난 1일부터 읍·면·동에 소나무 고사목 제거인력 지원센터가 개설되고 도민들의 관심·참여가 높아지면서 자원봉사의 손길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기계톱으로 고사목 벌목작업에 참여중인 안병호씨는 "경사가 심한 오름이나 중산간 지역은 무성한 수풀과 바위 등으로 벌목 자체가 어렵고 안전사고 위험도 높아 속도가 떨어진다"며 "인력·장비 투가 투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예산확보 필수
 
소나무 고사목 제거 예산도 만만치 않다. 1그루당 평균 7∼10만원이 소요되면서 추가 발생 예상규모까지 감안, 약 20만 그루 제거를 위해서는 150억~2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도는 추산했다.
 
도는 올해 확보된 61억원을 투입했지만, 연말까지 예산이 추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 일단 예비비를 활용할 계획이다.
 
또 내년 산림청에 긴급방제비 등 100억원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현을생 세계환경수도추진본부장은 "예산 부족으로 인해 고사목 제거작업이 중단된다면 그동안의 노력은 헛수고가 될 것"이라며 "급하더라도 파쇄·소각 등 완전처리를 통해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승남 기자

인터뷰 / 김준범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박사

"현재 제주지역은 소나무재선충병 매개충 상태나 고사형태도 달라 육지부의 방제방법을 답습해서는 안되며 제주특성에 적합한 맞춤형 방제법을 개발해야 한다"

김준범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박사는 "몇년전년부터 소나무재선충병 위험성을 강조했고, 지난해 12월에도 감염목이 5000그루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며 "하지만 제주도는 시료채취 결과가 50여그루에 불과하다며 안일하게 대응했다"고 말했다.

또 "연구소가 각 권역별로 조사한 결과에서 전체고사목 중 평균 25%가 재선충병감염목이고 특히 애월과 조천, 제주시 일부 동지역은 50~60%로 심각했다"며 "다행히 서귀포 동지역과 남원·표선지역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이 결과만 봐서라도 서귀포 동지역과 남원·표선은 반드시 감염목 확산을 막기 위해 항공·지상방제 및 나무주사제주입 등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며 "애월·조천 지역은 모든 고사목을 제거한 후 대체수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제는 소나무를 지킬 지역과 포기할 지역을 결정해야할 시점"이라며 "포기지역의 경우도 자연복원할지 인위적으로 대체조림을 조성할지 연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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