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웅 논설위원 겸 동부지사장

   
 
     
 
멋진 자동차를 샀다. 디자인은 물론 색상, 인테리어도 좋다. 그야말로 완벽한 3가지다. 그런데 타고 다니기에 영 불안하다. 다른 3가지가 말썽이다. 일단 엔진 상태가 별로다. 핸들 등 조향장치도 불량, 자꾸 엉뚱한 곳으로 가려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브레이크다. 제때 서지 못하고 접촉사고 일쑤다. 그래도 모든 게 내 책임이다. 내가 자동차를 운행하고 있다.

그랬다. 뚝배기보다 장맛이라고 자동차도 중요한 것은 동력과 제 방향으로 가는 기능, 그리고 유사시 절대적인 제동장치였다. 아무리 외관이 좋아도 움직일 수 없거나 움직여도 제멋대로이면 이동수단의 가치를 상실하고, 제동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는 자동차는 흉기일 뿐이다.

제주도는 2010년10월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받았다. 이는 2002년 12월 생물권보전지역 지정과 2007년 6월 세계자연유산 등재에 이은 쾌거였다. 이로써 지구촌 사상 최초의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트리플 크라운'이 달성됐다. 여기에 제주도는 2011년11월 세계7대자연경관에 선정되며 '훈장'을 하나 더했다.

그런데 '3관왕' 제주도에 아픈 구석이 있다. 청렴도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해 11월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전국 공공기관 2012년 청렴도 평가에서 전국 꼴찌를 한 것이다. 10점 만점에 높은 점수 구간별로 1등급부터 5등급으로 분류한 평가에서 제주도는 광역자치단체 '청렴도종합'에서 최하인 6.29점으로 '유일한 5등급'의 불명예를 안았다. 제주도는 민원인 등이 평가한 외부청렴도(6.54점)에서도 전국 최하, 소속 직원들이 인식하는 내부청렴도(6.97점) 또한 최하를 면치 못했다. 이러면서 제주도는 '청렴도 불명예분야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셈이 돼버렸다. 여기에 제주도는 정책고객 평가(6.04점) 4등급이란 '혹'까지 붙었다.

제주도의 상황이 외관만 화려할 뿐 중요한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자동차와 달라 보이지 않는다. 제주의 생물·자연·지질 등 환경은 최상급인데 이를 견인해나갈 제주도정이 최하급인 탓이다.

그래도 연초엔 희망이 보였다. 청렴도 탈꼴찌를 목표로 행정부지사 직속으로 청렴감찰단을 만들고 국민권익위원회와 함께 '청렴성공 프로젝트'를 추진하자 기대가 일었다. 하지만 그것도 공수표가 되고 말았다. 비리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최근 도청 7급 기능직 공무원이 공금 수천만원 횡령 혐의로 적발됐다. 3월엔 도로공사 과정에서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고위간부가 입건됐고, 7월에는 시간외 수당을 부당수령한 공무원이 무더기로 고발 조치된 바 있다.

이러한 사태는 '괸당문화' 등에 기인한 지역적인 문제로 치부할 수는 없다. 달랑 길 하나 건너의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정반대의 모습이다. 제주도가 전국 꼴찌 할 때, 도교육청은 종합청렴도에서 7.57점으로 전국 시도교육청 최고등급이면서 유일한 1등급의 명예를 안았다. 내부청렴도 역시 8.38점으로 유일한 1등급에 외부청렴도는 8.12점으로 2등급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제주도다. 무엇보다 내부청렴도가 낮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생선을 지키기보다 생선을 나눠먹는 동료를 본 경우가 적지 않음을 시사한다. '큰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자동차 사고는 구입을 결정하고 운행한 '내'가 기꺼이 지는 데 잘못된 도정에는 '내'가 없다.

이러다보니 도정의 행위자들인 공무원, 이들을 이끌어가는 도백, 그리고 감시기능까지, 자동차로 치면 엔진·조향장치·브레이크 3요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그대로 두면 분명히 사고다. 대안은 대대적인 재정비다. '구린' 엔진인 공직사회는 물론 조향장치인 리더십, 그리고 구멍 뚫린 감시기구까지 고쳐야할 듯하다. 카센터로는 불감당이다. '특1급공업사'가 필요한 제주특별자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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