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성 논설위원 겸 서귀포지사장

   
 
     
 
요즘 도내 각종 언론매체에 단골로 등장하는 주제 중 하나가 중국인 관광객이다. 이제 중국이 없는 제주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15일 200만명 돌파 기록을 세운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만 159만956명으로 80%를 차지했다. 중국이 이달 1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여유법으로 인해 증가추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보면서도 장기적으로는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처럼 여유법이라는 큰 걸림돌에도 불구하고 중국인 관광객이 제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쉬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음에 따라 중국어 교육 붐은 식을줄 모르고 있다. 중국인을 직접 대하는 전통시장 등지에서 상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간단한 회화 중심 교육이 실시된지는 이미 오래고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시, 서귀포시 등 공직사회 열기 또한 엄청나다.

중국인 관광객이 제주로 몰려들면서 자국민을 겨냥한 중국 자본도 물밀 듯 들어오고 있다. 특히 도내 관광지 가운데 70% 가량 밀집돼 있으면서도 숙박시설이 부족, 관광객들이 스쳐 지나가는 곳으로 평가절하되고 있는 서귀포지역 투자가 두드러지고 있다. 란딩그룹은 지난 9월 안덕면 서광리 일원에서 제주신화역사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와 1조8000억원 규모의 투자 본계약을 체결했다. 또 백통신원㈜은 1700억원을 투입, 제주리조트조성사업을 위해 제주도로부터 남원읍 위미리 34만8900㎡를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받기도 했다. 이와 함께 신해원유한회사는 최근 대정읍 상모리 일원에 6100억원을 들여 6성급 호텔 1000실 등이 들어서는 뉴오션타운 관광휴양지 조성사업을 시행키로 하고 다음달 쯤 서귀포시에 승인신청할 예정이다.

동홍동에서 1조원 규모의 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녹지그룹은 벌써 콘도미니엄 분양에 들어갔다. 녹지그룹은 사업부지 남쪽 188실은 60% 가까이 팔렸으며 최근 제주도로부터 분양승인을 받은 북쪽 콘도 212실에 대해서도 분양을 시작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1실당 7억~8억원짜리 콘도를 분양하는 것은 문제 없다고 장담하고 있다. 중국에는 이보다 더 좋은 시설을 갖춘 콘도가 넘쳐나지만 뒤로는 한라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앞으로는 청정 서귀포 바다가 쫙 깔린 경관은 중국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중국 기업들이 이처럼 제주에 최고 1조원대 단위로 투자하는데 대해 다른 시·도에서 부러워할지 모르지만 도내에서는 걱정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제주의 가장 큰 매력은 자연 그 자체인데 자연경관을 없애가며 지어지는 천편일률적인 서구식 호화호텔이나 콘도 등 인공시설물에 대한 거부감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내국인 면세점 등 국내 대기업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중국기업에까지 허리를 굽히는 제주도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헬스케어타운만 하더라도 제주도는 녹지그룹에 힐링가든·명상원 등 휴양·문화시설은 줄인 대신 숙박시설·쇼핑몰 면적을 크게 늘려준데 이어 고도마저 15m에서 20m로 높여주는 등 철저히 업체 이익만을 고려한 채 자연경관 훼손 우려에는 눈과 귀를 닫았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 자본이 여행사에서부터 호텔, 식당, 쇼핑업체에 이르기까지 관광업 영역을 넓혀가는 마당에 초대형 숙박·쇼핑시설을 갖춘 대규모 단지까지 장악하게 되면 제주도민과 토착자본은 그들의 들러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결국에는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는 옛말이 제주에서 완벽히 재현될지도 모를 일이다. 100년, 200년 이후까지 우리 후손들에게 온전히 물려줘야 할, 얼마 되지도 않는 제주땅을 관광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쫓기듯 파헤쳐야만 하는지 의문이다. 개발할 것은 하더라도 최소한 후손들 몫 정도는 남겨두고 차근차근 추진해도 그리 늦지 않으리라는 생각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