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찬국 충남대학교 교수, 논설위원

   
 
     
 
과거부터 외지인들의 '곶감 빼먹기' 박탈감 증세가 지역에 잠복해 있는데 근래 증세가 악화되고 있다. 최근 이슈는 중국인 투자인데 과거 국내 외지인의 토지 매입, 고급휴양시설 확산 등 거리가 계속 있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높아지면 누그러지다가, 투자가 꽤 된 것 같은데 체감 효과가 미미하다는 의견이 많아지면 재발한다. 물론 이런 문제제기에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만병의 근원을 '외부'의 것으로 돌리는 것은 아닌지 경계해야 한다. 막걸리 한잔에 안주로 씹는 단상이 여과 없이 지역 여론이 돼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반대 입장에서 보자. 외지인이 토지를 강매한 것이 아닐 것이고 매도자가 지역주민인 경우가 많을 것이다. 외부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시설을 지어 운영한 후 이윤을 외부로 가져가 지역에 미치는 효과가 없다한다. 그런데 꽤 많은 수의 지역주민들이 지역의 비싼 숙박시설에서 일한다. 임원이 현지인이 아니라고 할지 모르나, 그런 경력의 제주출신도 없지 않다. 오래 전부터 지역에서 잡히는 우량 해산물은 비싸게 팔기 위해 일본 등지로 보내졌지만, 이제는 지역의 호텔들에서 이런 수요를 늘린다. 양질의 농산물도 마찬가지이다. 역설적으로 지역에서 우량 농수산물이 비싸진 것은 이들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 수혜자는 농수산업에 종사하는 지역주민이다. 단지 인근지역에 관광객 손님들로 붐비는 비싼 음식점들도 꽤 된다.

중국 기업들이 제주를 방문하는 중국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설을 짓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의식주에 대한 문화적 차이가 적지 않아 중국 방문객을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잘 소화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원칙적으로 제주지역을 외국인과 투자에 개방하기로 했으면 기본 방향을 유지해야 한다. 최근 중국인 투자가 문제가 된 것은 몇 년 전까지 외국인 투자가 매우 부진하다가 최근 늘어나는 규모에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른다. 보완돼야 할 문제가 있다.

중국은 자본 유출입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어서 공식적인 해외 자본유출이 많지 않다. 지역에 투자하는 기업들은 제도를 잘 이용해서 투자에 나서는 것 같다. 우려되는 것은 범죄조직 등의 소위 '검은 돈'의 유입이다. 나중에 운영·회수 과정에 불법적인 행태가 따를 수 있어 차단이 상책이다. 투자허가 최소금액을 높게 설정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이런 규제강화는 그 취지를 설명하면 조령모개라는 비판을 피할 수 있다. 만약 방문객의 수가 지나치게 많다면 조절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훼손이 우려되는 지역의 출입을 제한하는 방법이 먼저라 생각된다. 과거 백록담과 성산 일출봉 안에서 노숙을 해본 사람이 필자 말고도 더 있을 텐데, 이제는 출입금지 구역이다. 오름이든, 해안 탐방로이든 발길의 피해가 우려되면 출입을 제한하면 된다. 전체 입도 인원수가 많다면 입도비용을 징수하는 것도 한 방안인데, 외국인만 대상으로 하는 것은 국제자유도시에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대규모 단지 조성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지역민과 올레꾼들의 해안선, 산간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조성 시설이나 주변에 보행자 통행이 보장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자본유입을 막자와 같은 거대담론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자본이 오고가더라도 제주지역의 청정자연과 쾌적한 정주여건을 오래 유지할 것인가를 고민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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