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김경필 사회부 기자

제주시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다.
 
경찰이 지난 1일 기능직 공무원의 일상경비 유용 의혹과 관련된 자료를 확보해갔는데도 김상오 제주시장을 비롯한 국·과장들은 여전히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공직비리 의혹에 대해 함구령이라도 내려진 듯 모두가 입을 맞춘 분위기다. 직원의 비리내용이 담긴 내부보고서가 있는데도 말이다.
 
오히려 경찰이 어떻게 내부비리를 인지했는지 반문하고 있을 정도다. 
 
행정의 신뢰를 실추시킨데 대한 반성은커녕 제보자가 있는지 동료를 의심하는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청렴을 강조하던 공직자들도 말을 아꼈다. 오해를 살까봐 상급자와 동료직원의 눈치를 보는 공직자가 대다수였다.
 
그래도 지난해 10월에는 부하직원의 공직비리가 적발되자 김상오 제주시장과 국·과장들은 시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공직비리에 대한 재발방지와 연대책임을 약속하며 최소한의 양심은 보여줬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공직비리 앞에 제주시는 최소한의 양심까지 포기한 모습이다.
 
일상경비 관리시스템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없다. 조사권한이 없는 감사부서의 한계를 알면서도 이를 바꾸려는 의지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공직비리 근절을 위한 연대책임 약속도 기억에서 지워버린 것 같다. 제주시 간부공무원 대다수가 "몰랐던 일"이라며 책임회피로 일관하고 있다.
 
만약 제주시가 직원의 공직비리 사실을 감사기관에 통보만 했더라도 사태가 이렇게까지 심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신분상의 조치는 피할 수 없겠지만 사직서까지 제출하는 상황은 면할 수 있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공직비리를 숨기려고 한 제주시의 비양심적인 행태가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평가다.
 
지금도 제주시 공직자들은 "한명의 잘못 때문에 전체 공무원들이 욕을 먹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동료직원의 잘못을 바로잡지 못한 사실에 대해 반성하기는커녕 원망만 하는 형국이다.
 
제주시가 아직도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닫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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