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성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실장

   
 
     
 
갑오년 새해가 열린 지도 벌써 1주일이 지났다. 지난 한 해 동안 제주에서는 소나무 재선충병이 창궐, 방제 작업 중 2명이 숨지는 등 사건·사고가 잇따랐다. 또 지난 2010년 기초자치 부활을 내걸고 당선된 우근민 지사는 임기 내내 행정체제 개편 논란에 휩싸이다 결국 "행정체제 개편 논의 유보"를 선언해야만 했다. 이 때문에 행정시 기능과 권한 강화 방안은 현재진행형으로 남아 있는 등 새해로 넘어온 현안도 수두룩하다.

경제나 인구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산북지역에 비해 규모가 적은 산남지역 역시 명암이 교차하는 한 해를 보냈다.

우선 서귀포시가 지난해 중앙 공모 및 평가에서 두드러진 성적을 낸 것이 눈에 띈다. 시는 '2013년 아름다운 소하천' 공모에 선정돼 25억원을 받은 것을 비롯,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을 활용한 마을지질관광 및 1·2차산업 활성화'로 21억원,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부문 창의아이디어사업'으로 14억원 등 모두 59개 부문에서 185억원의 인센티브를 받았다.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를 조기에 정착시킨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시는 새마을부녀회 등 자생단체를 중심으로 종량제를 집중 홍보, 시민들의 자율적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을 전년보다 20% 가량 줄일 수 있었다. 이와 함께 구 터미널과 이원화돼 있던 시외버스터미널을 신시가지로 통합, 5·16도로 노선과 중문고속화 노선을 5·16-중문고속화 노선으로 합치는 등 교통행정을 대폭 개폭 개선했다.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서귀동 440-1번지 일원 369만8000㎡를 서귀포 휴양·예술특구로 지정받은 일 또한 특기할 만하다. 휴양·예술특구 지정에 따라 특구 지역내 규제특례로 투자 환경이 조성되고 향후 구도심권 지역을 중심으로 관광숙박시설·쇼핑 아울렛 등에 대한 민자유치가 활성화, 침체된 지역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작년 처음 프레 성격으로 개최된 2013 서귀포세계감귤박람회는 방문객이 11만9760명, 경제적 파급효과가 158억원에 이르는 등 괜찮은 성과를 거뒀다. 이밖에 중정로 확장계획 장기 미집행으로 공공 및 민간부문 재투자가 부진, 상권이 갈수록 침체됨에 따라 확장계획을 폐지한 뒤 차도 정비와 보행환경 개선을 통해 중정로를 명품 거리로 조성한 사업은 시민과 관광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처럼 서귀포시는 몇몇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내놓은 반면 아쉬운 부분도 적지 않다.

먼저 13년만에 개설될 것으로 기대됐던 서귀포항 뱃길이 무산된 사실을 들 수 있다. 지난해 3월 서귀포항-녹동항 간 해상여객운송사업면허를 취득한 ㈜향일해운이 취항을 포기, 11월 15일자로 면허가 취소되면서 여객선 취항이 좌초됐다.

하지만 지난해 갖가지 사건·사고를 거론하면서 서귀포시 뿐만 아니라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한동주 파문을 빼놓을 수는 없다. 서울에서 열린 고교 동문과의 송년 모임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둬 우근민 제주도지사와 서귀포시장직에 대한 내면적 거래를 했다는 발언으로 한 전 시장이 즉각 직위해제되고 우 지사에 대한 검찰 조사까지 이뤄지는 등 파문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특히 제주도가 행정시 기능·권한 강화를 위해 행정시에 4급 인사권과 함께 예산편성권을 일부 이양했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말 2014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도의원들은 주는 권한도 쓰지 못하고 있다며 서귀포시를 크게 질책하기도 했다. 이같이 서귀포시가 손에 쥐어준 떡도 찾아먹지 못하는 이유가 지나칠만큼 조용한 양병식 시장의 업무 스타일 때문이라면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한동주 파문으로 어부지리로 시정책임자에 오른 양 시장이 올해 지방선거를 잡음 없이 조용히 치르는 것은 좋으나 일마저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듯 한다면 본인은 물론 시민들로서도 불행한 일이다. 시민들은 오는 6월 말 양 시장이 어떤 모습으로 야인으로 돌아갈지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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