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커스 / 제주세계평화의섬 지정 9주년 과제

▲ 제주가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된지 9년째를 맞고 있지만 정부 지원 의지 부족으로 평화사업들이 겉돌고 있다. 사진은 5년 넘게 추진되지 않고 있는 제주평화대공원 조성사업 부지인 속칭 '알뜨르 비행장' 일대.
지정 이후 다양한 성과 불구 지역적 한계 못넘어
정부의지·제주사회 내부 공감대 형성 노력 필요
 
제주가 추구하는 세계 평화의 섬은 평화를 브랜드로 하는 국제자유도시 육성과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정착을 위한 평화논의의 장을 구축해 제주를 국제적 분쟁과 갈등을 예방·해결하는 국제외교의 중심지로 발전시키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평화의 섬 조성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와 제주사회 내부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평화의 섬 지정 이후 9년간 성과도 있었지만, 진정한 평화의 섬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는 아직도 요원한 상태다. 
 
△평화의 섬 지정과 성과
 
제주는 지난 2005년 1월27일 국가로부터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됐다.
 
제주도는 지정 이후 세계평화의 섬 범도민실천협의회 구성과 운영 조례의 제정, 평화실천사업 전담조직(평화협력과)를 신설하는 등 평화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지정 이후 제주평화연구원 개원, 제주국제평화센터 개관, (가칭)제주평화대공원조성사업 기본계획 수립 용역 실시, 4·3평화공원 조성사업, 4·3유적지 복원사업, 제주포럼 정례화, UNITAR제주국제연수센터 유치, 북한 감귤보내기 운동 등 다양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같은 성과는 대부분 평화의 섬 지정 이후 2~3년사이에 이뤄진 것으로 9년이 지난 현재 일부 사업들은 중단되거나 추진 속도가 더디고, 활성화되지 않는 등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는 노무현 정부 이후 세계 평화의 섬 조성에 대한 정부 의지가 크게 줄어들고 남북관계 등 국제정세의 변화에 따른 외부적인 요인과 함께 제주도의 추진 의지와 역량 부족 등 내부적인 요인도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새로운 평화의 섬 이미지 창출 필요
 
제주가 세계 평화의 섬으로 국가 차원에서 지정됐다는 것은 지방 수준에 국한된 제주도민들만의 '평화의 섬'이 아니라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차원에서 평화의 창출과 확산을 위한 제주사회의 역할을 기대한다는 의미가 포함된 것이다.
 
하지만 민군복합형관광미항 추진으로 세계 평화의 섬 개념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은 물론 현재 추진되는 평화사업들이 지역 차원의 사업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도민들의 관심과 참여조차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세계 평화의 섬 조성이 지역내 구호에만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제주의 자연·생태·환경 이미지를 연계한 다차원적인 평화 개념 창출을 통한 세계 평화의 섬 제주의 새로운 이미지 창출과 함께 기존에 추진하고 있는 평화사업 외에 새로운 환경변화에 맞는 평화사업 발굴과 실천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현재 추진하고 있거나 신규로 발굴하는 평화사업에 대한 도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대안 마련을 통해 지역사회 내부의 공감대 확산을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김영헌 기자

문태영 제주평화연구원 원장은 "최근 '4·3희생자추념일'의 국가기념일 지정은 '제주4·3의 화해·상생으로의 승화'를 실감케 한다"며 "4·3추념일 지정은 '세계평화의 섬 17대사업'의 역점사업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문태영 원장은 "제주평화연구원의 주관으로 매년 5월에 열리는 제주포럼을 다보스포럼과 같은 세계적 포럼으로 육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제주국제연수센터(JITC)가 아태지역 지도자들을 초청해 유엔 지침에 따라 제주의 환경과 인간안보 노하우를 전수하는 점이나, 제주도가 올해 인도 북동부 시킴지역의 문맹퇴치를 위해 도서관 건립을 추진하는 점 등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문 원장은 "그러나 동아시아의 질서재편 급류 속에 고조되고 있는 주변국간 갈등은 '세계평화의 섬' 에센스의 확산을 더욱 재촉하고 있다"며 "제주도가 최근 전문가들의 브레인스토밍 등을 거쳐 다듬고 있는 새로운 평화실천사업이 올해부터 옹골차게 펼쳐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윤주형 기자 21jemin@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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