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4060] 6. IT 업체 임원에서 바리스타로 변신 박상국 대표

사계리서 커피 볶는 집 운영
"새 일 대신 원하는 일 고민
준비·적응 위한 노력 관건"
 
▲ 사계 바닷가에서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는 박상국 대표는 "'인생 2막'이라고 미리 준비된 것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말한다. 고 미 기자
"인생 전반전은 기성복을 골라 입는 거라면, 후반전은 스스로 만든 맞춤옷을 입는 셈이죠"
 
'바리스타'라는 명함이 잘 어울리는 박상국 스테이 위드 커피 대표(49)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불과 5년 전 만해도 산업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의 임원이던 그였다. 정신없이 앞만 보면서 달리다 불쑥 허무해진 순간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처음은 일상에 지친 마음을 추스를 생각이었지만 한번 들인 제주 올레 맛은 이내 중독이 됐다. 그렇게 8개월 제주 올레 전 코스를 발아래 뒀다. 새로 이력서를 쓸 것인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일에 도전할 것인지를 고민하던 차에 '올레 10코스'는 그동안 잊었던 '꿈'을 꺼내게 했다.
 
느리게 제주를 걷다 보면 꼭 어느 순간 잘 내린 커피 한잔이 그리워졌다. 유난히 시간이 더디 흐르는 사계 바닷가에서 결국 발을 멈췄다.
 
제주에서 커피 전문점을 내겠다는 말을 꺼냈을 때의 반응은 엄청났다. 사직서를 쓸 때 보다 반대와 걱정이 컸다. 하지만 '해 보고 싶다'는 바람으로 전국에서 유명하다는 커피전문점을 순례하고 전문 과정을 거쳐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땄다. 몇 년을 빈 채 버려진 건물에 새 간판이 달아줬다는 것으로 지역은 넉넉히 가슴을 열어줬다. 어느 순간 제주 동생만 6명이 됐다. 제주가 좋아 찾아온 예술가들을 위해 공간을 빌려주고 그 수익금을 지역에 전하는 역할도 하게 됐다. '최남단 커피 볶는 집'으로 알려지며 일부러 찾는 사람도 생겼지만 억대 연봉을 받던 때와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심리적 격차를 좁히는 데만 꼬박 2년여가 걸렸다.
 
박 대표는 "'인생 2막'이라고 미리 준비된 것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며 "원하는 일을 고민하고 어떻게 준비하느냐, 적응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느냐의 차이일 뿐"이라고 조언했다. 고 미 기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